전통 직조기술 배우는 고사리손… ‘섬유도시 양주’ 앞날 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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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직조기술 배우는 고사리손… ‘섬유도시 양주’ 앞날 든든
양주목화스튜디오
  • 박종대 기자
  • 승인 2019.12.09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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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의류산업이 성장하면서 우리가 입는 옷의 섬유 원단도 다양해지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 선조들은 고려 말기 때 학자인 문익점(文益漸, 1329~1398)이 중국 원나라에서 목화를 들여오기 전까지 한겨울에도 삼베나 모시 등 얇은 옷을 입고 추위를 견뎌 내야 했다. 비단옷이나 가죽옷은 일부 양반집이나 고관대작 정도의 지위에 오른 계층만 입을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그런데 문익점이 중국 원나라에 사신의 일행으로 갔다가 돌아오면서 붓대 속에 목화씨 몇 개를 몰래 숨겨 와 여러 난관 끝에 재배하는 데 성공하면서 서민들까지 무명옷을 입게 됐다. 낮은 계층의 민중까지 무명옷을 입을 수 있는 의류혁명을 이끌어 낸 것이다.

어린이들이 전통 섬유 직조기술을 배우고 있다.
어린이들이 전통 섬유 직조기술을 배우고 있다.

# 다시 각광받는 목화

1970년대 접어들어 합성섬유인 나일론이 개발되면서 의복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이는 패션산업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합성섬유 종류도 폴리에스터와 아크릴, 레이온 등으로 늘어나 그야말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런데 합성섬유는 또 다른 문제를 우리에게 안겨 줬다. 바로 환경오염이다. 쉽게 분해되지 않는 합성섬유로 만든 의류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면서 ‘패스트 패션’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유행이 됐다. 한철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은 지구상에 버려지는 옷을 기하수급적으로 증가시켰다. 문제는 합성섬유를 세탁하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으로 유입되면서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이 중요해지는 시대를 맞으면서 합성섬유 대신 오가닉 코튼 등 친환경 섬유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섬유는 다름 아닌 유기농 천연 목화솜이다. 시대를 거슬러 다시 목화가 대세로 떠오르기 시작한 셈이다. 특히 양주시는 이러한 목화를 활용한 무명옷을 직조하는 기술을 전통 제작 방식으로 보존하려는 대표 지역으로 손꼽힌다.

양주시에는 ‘양주2동’이란 행정구역이 있는데 과거에는 ‘면우지(棉右地)’로 불렸다고 한다. 한자로 면(棉)은 목화를 뜻한다. 이를 미뤄 짐작했을 때 옛날부터 목화를 많이 심던 곳으로 추정된다.

양주목화스튜디오가 마련한 ‘인천 강화도 견학 프로그램’의 참가자들.
양주목화스튜디오가 마련한 ‘인천 강화도 견학 프로그램’의 참가자들.

# 전통 직조기술로 무명옷을 만든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 양주시는 2012년부터 고읍지구 나리공원에 약 3만3천㎡ 규모로 자연섬유의 대명사인 목화를 재배해 오고 있다. ‘섬유도시 양주’ 이미지를 널리 인식시키기 위해 목화를 직접 재배해 매년 목화섬유 페스티벌도 열고 있다. 이 같은 발전상을 지켜본 경기도 역시 2013년 12월 양주시 평화로 1215에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를 개관했다. 대한민국 섬유패션 유통산업 거점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 아래 문을 연 기관이다. 센터 옆에는 파란색 컨테이너 박스로 조립돼 있는 특별한 교육장이 자리잡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원하는 꿈의학교 프로그램인 ‘양주목화스튜디오’가 운영되는 곳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통 무명 직조기술을 이용해 친환경 목화로 무명 제품을 만드는 체험을 해 보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문화 기획을 통해 전통기술 계승과 지역에서 생산과 소비의 순환이 일어나게 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학생들은 전통 섬유 직조기술을 복원 및 계승하고 이를 현대생활에 맞게 발전시킴으로써 전통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다.

특히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문화를 접하기 힘든 세대들이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 이를 보급하기 위한 다양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동참해 본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지녔다.

# 전통도 배우고 패션디자인도 배우고

다만 청·장년층은 물론 외국인 인력까지 최근 섬유패션산업을 소위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분야의 산업을 일컫는 ‘3D’ 업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양주지역 청소년과 학생을 대상으로 해당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 내 가장 큰 산업 기반인 섬유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한층 더 나아가 지역 토종 브랜드인 슬로 패션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도시 이미지 제고 및 무명 특화도시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

주요 활동 내용은 ▶목화 재배 및 생육 관찰 ▶무명 제작 과정(방적과정·방직과정) 배우기 ▶친환경적인 전통 섬유 직조기술 배우기 ▶목화를 활용한 전통 무명의 생산 ▶목화마을, 섬유소재연구원을 견학해 전통과 미래의 가치를 배우기 ▶경기섬유창착스튜디오에 디자이너와 함께 ‘디자이너’ 직업훈련 및 현장 체험하는 패션스쿨 진행 ▶슬로 패션과 연계해 전통 의복과 전통 소품 제작 ▶가상 의류 착용 및 디지털 프린팅 체험 ▶전문모델의 패션쇼 수업 및 가족·친구들과 함께 패션쇼 진행 등이다.

2018년 3월부터 처음 시작한 이 꿈의학교는 올해 초등학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20명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양주에 사는 학생이다.

에코백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
에코백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

# 진로 체험의 길까지 연계

교육과정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지난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방직 과정을 관람해 보고 관련 제품을 만들어 보는 과정에 초점을 뒀다면 올해는 기술교육과 디자인에 주안점을 뒀다. 또 물레와 베틀을 이용해 전통적으로 섬유를 만드는 직조 방식을 배웠다.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며 한 번에 3∼4시간 수업을 한다. 올해는 6월 8일 개교해 지난달 16일 종강했다.

지난달 9일 13차시 수업 시에는 종강을 한 주 앞두고 학생들이 다양한 섬유를 이용해서 리폼한 티셔츠를 입고 각자 간이 패션쇼 무대에 올라 런웨이까지 해 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양주목화스튜디오 이유리 대표는 "단순히 학생들이 체험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닌 향후 학업이나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꿈의학교를 만들게 됐다"며 "학생 본인이 무언가를 만들어 디자인하고 결과물이 나왔을 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수업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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