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난민을 포함한 강제 실향민 수는 7천80만 명(6월 기준)이다. 전 세계 인류의 100명 가운데 1명이 집을 잃거나 피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이제 난민은 더 이상 회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전 지구적인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도 2015년 UNHCR의 추천으로 ‘심사 후 수용하는 재정착 난민제도’를 통해 미얀마 난민 4가족 22명을 받았다. 이후 2016년 7가족 34명, 2017년 5가족 30명, 2018년 8가족 26명의 미얀마 난민이 입국·정착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가 부평에 거주한다. 

부평의 모 사회적협동조합이 이들에 대한 재정착 멘토링 교육을 담당하고, 1호선 부평역사 인근에 관련 사원과 식당 같은 ‘미얀마 커뮤니티’가 밀집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근처에 산업단지들이 많아 직장을 구하기 좋다는 점도 이유가 됐을 것이다. 이들의 취업률은 60% 정도인데, 남성은 80%가 넘는다고 한다. 가구당 월 평균소득도 130만~219만 원으로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낫다. 다행히 부평에 재정착한 미얀마 출신 이주민들은 취업, 재정, 교육, 건강 등 10가지 정착 지표에서 고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112명이 난민이라는 부정적인 시각과 편견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본보 보도(12월 6일자)다. "우리나라에도 힘든 사람이 많으니 난민을 받지 않아야 한다", "범죄가 많이 일어날 수 있고,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쓰레기를 상습적으로 무단 투기한다" 등 명확한 근거 없이 나온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편견과 두려움’이 거짓뉴스, 악성댓글 등과 함께 증폭되면서 일어난 일들이다. 

경제가 힘든 건 난민 때문이 아니다. 이들의 일자리도 한국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힘들고 위험한 제조업이나 낮은 임금의 요식업’에 국한돼 있다. 쓰레기 무단 배출은 (혹여 몰랐다면) 교육을 통해 개선하면 된다. 오히려 불법인 줄 알면서도 무단투기하는 내국인부터 근절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과 같은 때엔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 무분별한 외국인 혐오를 규제하는 차별금지법부터 난민·이주민을 대상으로 법과 제도, 문화를 이해시키는 노력까지 다 함께 공존공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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