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노후 고시원 거주자들을 위한 정부 지원책에 인천시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효성은 물론 실현가능성도 낮다는 이유다.

9일 시에 따르면 각 군·구 행정복지센터 복지전담팀 공무원 60명으로 주거지원조사팀을 구성해 다음 달 17일까지 인천지역의 노후 고시원(스프링클러 미설치) 59곳, 2천200여 개 방을 직접 방문해 주거빈곤자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 정부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거지원 강화대책의 후속 조치다. 고시원은 법률상 수험생을 위한 공부방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일용직 노동자 등 주거취약계층의 임시 주거지로 사용되고 있다. 조사를 통해 공공임대주택 이주 대상자를 발굴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인근의 매입·전세임대주택과 영구임대주택에 단계적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다.

인천시도 지난 8월 말부터 3차례 이상 관련 회의에 참석해 지시사항을 전달받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정책 수립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시는 주거빈곤자를 구제한다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시행을 위한 첫 단계인 전수조사부터 진행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물주에게 고시원은 생계 유지에 필수적인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손님을 떠나보낼 수 있는 조사를 반가워할 리 만무하다. 법적인 근거를 갖는 지도·점검이 아니라 강제로 조사할 수도 없다.

또한 조사팀 방문이 대상자와 직접적인 접촉으로 이어질 확률도 낮다. 고시원 거주자 대부분은 아침 일찍 일터에 나가고 저녁이 돼서야 들어오는 일용직 노동자인 탓이다. 이번 조사는 적극적인 주거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안내와 상담 등 대면조사 형식을 기반에 뒀기 때문에 형식부터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구나 임대주택 이주 수요가 있더라도 보증금과 이사 비용 등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형편이 좋지 않아 보증금 없는 고시원에 거주하는 이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주거복지재단의 ‘2018년도 취약계층 주거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입주 포기자의 62.1%가 ‘비싼 보증금’을 꼽았다. 정부는 사회공헌사업 등을 활용해 지원한다는 방침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시는 우선 10일 성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지역본부에서 열리는 합동 설명회에 참가해 지원정책을 공유하고 조사팀 등 현장근무자의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소수의 인원이라도 임대주택에 모셔서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해 드리면 좋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주거빈곤 해결책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이 어렵지만 전수조사에 최대한 힘을 쏟아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천만의 지원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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