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시정질문과 답변의 묘미는 일문일답이다. 사전에 작성한 원고를 보고 읽는 일괄질문, 일괄답변은 일종의 ‘그림자복싱’(shadowboxing)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가 없는 탓에 실력을 가늠하기 힘들다. 무림 고수들이야 굳이 일합을 겨루지 않아도 상대를 알아 본다지만 ‘수련생’ 입장에서는 최소한 ‘글러브터치’라도 해봐야 상대를 파악할 수 있다.

9일 용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5명의 의원들이 평소 ‘그림자복싱’으로 연마한 실력을 뽐내기 위해 ‘링’에 올랐다. 그중에는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 선수’도 있었고, 몇 차례 전적을 쌓은 ‘기성 선수’도 있었다. 상대는 백군기 용인시장이었다. 지난달 26일 자신들이 한 시정질문에 대한 답변이 성에 차지 않거나 미흡하다고 판단해 일문일답으로 진행되는 보충질문에 나선 것이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보충질문을 하기까지 점심시간을 포함해 90분간의 정회시간이 있어서 충분하진 않지만 상대의 약점을 파악할 정도의 시간적 여유는 가졌다. 반면 시장 입장에서는 다소 갑갑하다. 사전에 의원들이 시의회 사무국에 보충질문 요지를 제출한다지만 추상적이고 형식적이어서 그들의 ‘비밀병기’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짐작만 할 뿐이다. 평상시 시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순발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혹 날아올지도 모를 카운터펀치를 위빙(weaving)이나 더킹(ducking) 동작으로 흘려보내거나 적절한 클린치(clinch)로 무승부 경기만 펼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령 상대의 약점이 노출되더라도 방패 역할만 하면 그만이다. 이런저런 명장면을 상상하며 지켜본 ‘경기’는 의외로 싱거웠다. 어떤 방패도 뚫는다는 창과 어떤 창도 막아낸다는 방패의 불꽃 튀는 대결은 상상 속에만 존재했다. ‘한방’이 없었다는 얘기다. 창끝은 무뎠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묻는 건지 헷갈렸다. 담당부서와 소통해도 충분한 사안을 시장에게 묻는 사례도 빈번했다. "시장과 맞짱 뜨는 거 봤어?"가 목적이 아니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전개됐다. 특정인에 대한 조롱 섞인 발언도 나왔다. 가정을 전제로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는 유도질문도 불편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대의기관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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