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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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원도심 학교의 노후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이 시의원들의 지역구 관리에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도심 시설 개선의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의원 1명당 가용 예산을 나눠 쓰고 있지만 이에 대한 조정이나 견제는 전혀 없다.

10일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2019년도 원도심활성화특별회계 전출금 40억 원의 세부지원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의원들의 의견을 받았다.

시의회 사무처에서 취합된 의견은 시를 경유해 예산을 집행하는 시교육청으로 지난 3월께 전달됐다. 시교육청 관계 부서는 사업 적정성에 대한 부서 검토를 했지만 의원들이 신청한 사업 내용을 바꾸거나 예산을 조정하지 않았다. 시 역시 시의원들의 의견대로 세부사업으로 그대로 결정했다.

이 예산은 앞서 제7대 시의회부터 각 의원마다 1억 원 규모로 할당해 사업을 결정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구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37명의 의원이 40억 원의 예산을 나누는 형태다. 2019년도 예산을 지역 의석으로 나눠 보면 의원 1명당 중구 1억7천만 원, 동구 1억2천만 원, 미추홀구 1억 원, 연수구 9천400만 원, 남동구 1억1천만 원, 부평구 1억3천만 원, 계양구 1억4천만 원, 서구 1억1천만 원, 강화군 9천500만 원, 옹진군 9천900만 원 등이 사용됐다.

문제는 모든 지역에서 예산을 나눠 가지다 보니 시설 개선의 시급성이나 우선순위와 무관하게 사업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40년 이상 노후 건축물 학교 현황을 보면 총 114곳 중 남부교육지원청(미추홀구·중구·동구·옹진군) 관할에 55곳으로 48%를 차지할 정도로 열악하지만 노후시설개선비는 총 9억9천290만1천 원(24.8%)만 쓰였다. 반면 서부교육지원청(서구·계양권) 관할 40년 이상 노후 건축물 학교는 10곳(8.7%)에 불과하지만 10억6천370만3천 원(26.59%)이 들어가 가장 비중이 컸다.

여기에 2019년도 예산 중 일부는 송도·청라국제도시, 영종공항신도시 등의 환경 개선 및 교육설비에 쓰여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사업을 정하는 기준이 없다 보니 시의원들과 친분이 있거나 민원을 크게 제기하는 학교, 운영위원회가 예산을 따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의원들은 이 예산으로 교육 현장에 생색을 내거나 의원들끼리 예산을 더 가져가려는 눈치싸움을 벌이는 일도 종종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나 시교육청은 사업 결정에 별다른 개입을 못 하고 있다. 원도심활성화특별회계 전출금은 시의원들이 사용하는 예산이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 의원이 전출금 40억 원의 내용을 묻자 시교육청 간부공무원이 "의원님들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원도심 학교 시설개선사업을 따로 하고 있어 전출금으로 하는 사업은 상호보완적인 측면"이라며 "예산이 한 지역에만 편중되면 안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중을 나누고 있어 할당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사업을 집행하는 시교육청이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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