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녀단 둘러싼 문화 현상은?'(서울=연합뉴스)  =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관에서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 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를 주제로 열린 한국언론학회 문화젠더 연구회 특별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방탄소녀단 둘러싼 문화 현상은?'(서울=연합뉴스) =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관에서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 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를 주제로 열린 한국언론학회 문화젠더 연구회 특별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전례 없는 성공으로 한류 지평을 넓히는 방탄소년단(BTS). 이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현상과 K팝을 둘러싼 문화적 지형을 각국 연구자가 학술적으로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언론학회 문화젠더연구회는 11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를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

기조연설을 맡은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한류와 K팝 연구에서 국내와 동아시아 중심에서 전 세계적 지평으로의 확대를 가져왔다"고 짚었다.

홍 교수는 "K팝은 더는 동아시아의 현상이 아닌 글로벌한 대중문화"라며 "글로벌 대중문화로서의 K팝 연구가 시작 단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K팝과 방탄소년단은 서구의 지배적 남성성의 대안이 되는, 새로운 남성성에 대한 담론을 창출한 면이 있다고도 홍 교수는 진단했다.

김춘식 한국언론학회 회장은 동 세대의 고민을 함께 안고 살아가는 K팝 스타들이 공감을 준다며 "노래와 춤에 숨겨져 있는 여러 의미를 탐색하는 것에 팬들이 동참하면서 같은 시·공간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는 "방탄소년단의 진정성은 결과적으로 메시지에 기인한다"며 "(팬들은) 청소년들의 꿈, 젊음, 분투, 자아실현 등의 주제에 동일시하고, 점증하는 불균등과 불확실성 시대에 자라면서 경험을 공유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서적 친밀감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학자들은 스트리밍과 팬 투표, '방탄 투어' 등 주체적 팬덤이 빚어낸 새로운 풍경에도 주목했다.

홍콩침례대 박사과정의 루티엔씨는 '방탄 투어'로 불리는 해외 아미(방탄소년단 팬)들의 한국 관광문화를 소개했다. 멤버들이 방문한 식당이나 뮤직비디오 촬영장소 등 방탄소년단의 한국 내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으로, 이른바 '덕지순례'(덕후+성지순례)라고도 할 수 있다.

루티엔씨는 "팬들은 가상적 공간에서 실제 물리적 공간에 방문하면서 아이돌과 연결성을 갖는 기회를 누리고 공존하는 감정,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며 "자유와 기쁨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확대하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팬들이 이런 실천을 통해 일종의 '팬 지형'(fanscapes)을 창조해 낸다며 "자신들이 주체가 돼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문화적 생산과 경험을 확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K팝은 "단순한 쇼비즈니스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라며 "세계와 삶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정아름 중국 쓰촨대 교수는 팬들이 자신들의 자원과 기술을 총동원해 펼치는 음원사이트 스트리밍과 각종 투표, 댓글 달기, 악성 댓글 감시 등의 '애착 노동'을 분석했다.

그는 "팬들을 인터뷰했을 때 대부분은 '이렇게 치열하고 위태로운 산업에서 내 아이돌들이 살아남았으면 좋겠으니까'라고 대답했다"며 "1990년대와 오늘날의 팬의 차이는 팬들이 자신을 능동적 소비자라고 생각하고 그 지위가 고양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 4개 세션으로 구성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 등에서 온 학자들이 방탄소년단의 초국적 팬덤, 문화적 혼종성, 플랫폼과 미디어 기술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후원사로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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