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원도심 학교의 노후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이 시의원들의 지역구 관리에 부적절하게 쓰이고 있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원도심 시설 개선의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의원 1명당 가용 예산을 나눠 쓰고 있지만 이에 대한 조정이나 견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예산은 앞서 제7대 시의회부터 각 의원마다 1억 원 규모로 할당해 사업을 결정해 온 것으로, 지역구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37명의 의원이 40억 원의 예산을 나누는 구조다. 

문제는 모든 지역에서 예산을 나눠 갖다 보니 시설 개선의 시급성이나 우선순위와 무관하게 사업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사업을 정하는 기준이 없다 보니 시의원들과 친분이 있거나 민원을 크게 제기하는 학교가 예산을 배정받고 있어 시의원들의 생색내기용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나 시교육청은 사업 결정에 별다른 개입을 못하고 있다. 

원도심활성화 특별회계 전출금은 시의원들이 사용하는 예산이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도 원도심활성화 특별회계 전출금의 세부지원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의원들의 의견을 받았고, 시의회 사무처에서 취합된 의견은 시를 경유해 시교육청으로 전달됐다. 전달받은 시교육청에서는 사업 적정성에 대한 검토를 하면서도, 정작 시의원들이 신청한 사업 내용을 바꾸거나 예산을 조정하지 않았다고 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사업을 집행하는 시교육청이 조정하는 게 옳다. 물론 예산이 한 지역에만 편중되면 안 되지만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기 마련이다. 주요 현안사항에 대한 예산의 적정한 배분과 집행이라는 기본원칙을 위배한 채 시의원들의 성과 올려주기에 시교육청이 앞장선다는 비난을 자초해선 안 된다. 

시의원들이 실력행사로 예산을 끌어가면 결국 다른 사업에 가야 할 예산이 줄고, 더 나쁜 환경의 시민들이 받아야 할 혜택을 빼앗는 셈이다. 생색내기용 막무가내식 예산 분배는 사회정의를 해치는 일이다. 정확하게 우선순위를 정해서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최선책이다. 학교 현장과 무관하게 사용돼 시민들이 분노하는 이 와중에도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늘려 자리보전에만 몰두하는 의원들은 비난을 자초, 결국 자기 자신이 망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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