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경제·정치·군사적으로 강한 부강을 넘어 중국 지식층과 공산당의 사유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 기준이 되는 ‘문명의 부상’을 현재 추구하고 있다."
 

11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제403회 새얼아침대화’에 연사로 나선 서강대학교 전인갑(국제인문학부 사학과) 교수의 말이다.

중국의 ‘장기 안정성’과 ‘격동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 중인 대표적 중국통(通)인 전 교수는 이날 ‘중국은 어떤 제국을 디자인하는가, 중국 문명전략과 한국의 곤혹감’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전 교수는 "20세기는 서구의 사유방식과 개념, 가치와 규범이 진리가 돼 이에 기반한 중국 건설이 모색됐지만, 21세기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둔 중국 그 자체가 세계를 바라 보는 사유의 근본이자 체계를 만들어가는 기준이 돼야 한다는 식으로 중국이 변화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서구와 중국 간 패러다임 충돌이 발생하고 자유·평등·민주·인권 등을 중시하는 서구의 가치관과 인의예지(仁義禮智)로 대표되는 중국의 유학적 사고관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17년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나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 등에서 나온 ‘중국이 글로벌 스탠다드(세계의 기준)가 돼야 한다’는 선언 등은 서구와의 패권경쟁이 아닌 문명경쟁에 뛰어든 중국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전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중국 중심의 제국적 속성의 복원은 무려 150년에 걸쳐 진행된 성과물"이라며 "서구 중심의 가치관이 지배했던 문화대혁명시기에 버려졌던 공자의 유학이 이제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한국은 중국의 일류문명공동체론, 혹은 문명담론에 끼어들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며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중국이 만들려고 하는 이 같은 새로운 문명담론 과정에 참여해 문화적·지적 지분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경험과 장점, 우위를 바탕으로 한 문화자산·지적자산을 발굴해 한국의 문화·문명 담론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 교수는 서울대에서 중국 현대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인천대 중국학과 교수를 거쳐 서강대 사학과 교수와 인문과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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