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캠프 마켓 부지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일본군의 부평연습장으로 사용됐다.

부평 안에 있지만 주민들은 사용하지 못하는 ‘고립된 섬’이었던 셈이다. 이후 1939년 일본육군조병창이 설립되면서 사실상 강제 징용과 다름없는 민족의 아픔이 새겨졌다.

일본육군조병창은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군수물자 공장으로 조선 병참기지화의 상징이 됐다. 일제가 당시 조선을 강제로 합방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조선을 아시아태평양전쟁(1931~1945)을 위한 병참기지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해방을 맞았지만 이곳은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945년 미군이 인천항에 상륙하면서 조병창은 미군수지원사령부인 ‘애스컴(ASCOM)’으로 사용됐다. 또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6월부터 9월까지 북한군이 점령했던 3개월을 제외하면 이곳은 다시 미군이 주둔하는 금단의 땅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반환 결정으로 캠프 마켓은 이제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인천시는 캠프 마켓 내 안전문제를 정리하고 지금 상태 그대로 우선 개방해 주민참여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캠프 마켓 남측 야구장 부지에 주민참여공간인 ‘인포센터’를 조성해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장소로 꾸민다.

또 캠프 마켓 활용 방안에 대한 시민 공론화를 위해 ‘라운드 테이블 1.0’을 운영한다. 매월 1회 시민 투어와 전문가 및 시민 토론으로 이어지는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2021년까지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다.

부평구는 평화박물관을 조성할 방침이다. 캠프 마켓 내 남아 있는 조병창 건물과 일제강점기 당시의 생활사를 알 수 있는 미쓰비시 줄사택 등 지역의 역사문화유산을 활용한 박물관이다. 구는 또 애스컴이 위치한 부평구 신촌 일대가 대중음악인들의 주요 활동 무대로 활용되는 등 한국 대중음악의 발상지 역할을 했다는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한국대중음악자료원을 캠프 마켓 내에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 관계자는 "시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길이 최선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으로 시민과 함께 신중히 캠프 마켓 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조언을 바탕으로 캠프 마켓이 시민의 공간으로 재탄생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