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의 새로운 국면과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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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의 새로운 국면과 인천
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19.12.1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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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룰을 두고 국회는 서로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의석 하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고, 자기 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표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과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공수처법보다 공직선거법 개정 문제가 더 현실적으로 심각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이 선거에 대한 헌법의 원칙들이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구 사이의 인구편차가 상하 33⅓ 퍼센트를 넘는 것은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판시했다. 

즉, 2:1 이상의 인구편차가 발생하는 선거구 획정은 대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국회의원이 지역대표성을 가진다 하더라도 지역대표성이 국민주권주의의 출발점인 투표가치의 평등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고 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도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돼 지역대표성을 이유로 헌법상 원칙인 투표가치의 평등을 현저히 완화할 필요성이 예전에 비해 크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모든 국민이 가지는 선거권, 투표권의 가치는 원칙적으로 평등해야 한다. 헌법의 평등권 조항이 투표가치의 평등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지방의 균형발전이라는 이유로 지방의 한 표가 수도권의 한 표와 달리 평가돼서는 안 된다는 것도 투표가치의 평등이다. 

이미 수도권의 시민들은 지방이 고향이라는 이유로, 내 부모들이 살고 있다는 이유로 선거구 획정, 세금 납부 그리고 세금의 분배 등에서 상당한 불균형을 감수하고 있다.

수도권정비특별법이나 지방교부세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수도권 주민들은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재정적 불균형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재정적 지원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투표용지 한 장의 가치는 나이 차이, 빈부 격차, 성별, 종교, 지역에 따라 달리 정해질 수 없다. 

일정한 나이에 이른 모든 국민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선거 원칙은 현대 민주주의의 물러설 수 없는 가치가 됐다. 또한, 보통선거는 투표권자 한 사람에 한 표의 권리를 부여하는 평등선거의 원칙과 맞물려 있다.

형식적으로는 한 표이지만, 특정 지역의 표가 2표 이상 가치를 갖게 된다면 이는 헌법위반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어떻게 정할 것이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이냐에 집중하던 공직선거법 논의가 지난주 말부터는 지역의 의석수를 보장하기 위한 꼼수 논리로 급변했다.

기준일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현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지역구 획정 기준이 되는 인구는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하는 달의 말일 현재 ‘주민등록법’ 제7조 제1항에 따른 주민등록표에 따라 조사한 인구로 하고 있다.

이 기준을 따르면 2019년 1월 31일(5천182만6천287명)이 내년 총선을 위한 지역구 획정 기준일이 된다.

그런데 여당을 포함한 4+1 협의체는 현행 ‘15개월 전’을 ‘평균 3년’으로 개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기준일을 기준기간으로 변경하는 것은 물론, 평균 3년이라는 자의적인 기간이 주장되고 있다. 이런 기준이라면 10년은 왜 안 될까?

실시간으로 주민등록표의 인구가 조사되는 정보사회에서 15개월 이전으로 정한 것도 우스운데, 평균 3년이라는 것은 게리멘더링 이상의 자의적 기준 설정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은 자연스럽게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감소하는 지역은 의석을 보장받게 된다. 

이상한 논의가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그리고 인천의 국회의원들은 아무도 말이 없다.

국회의원들이 오로지 내 지역구와 공천에만 관심 있고 선거제도의 헌법적 가치나 평등의 원칙이 가지는 중요성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한편, 공직선거법과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들에게 유리하다. 무엇보다 선거는 공정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과 인구편차의 공정은 너무 당연한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이 새로운 후보들이 현역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의 보장이다. 

그런데 현역 국회의원들은 의정보고회, 명함, 지역구 조직을 통해 얼마든지 자기 홍보가 가능하지만, 도전자들은 사실상 자기를 알리는 것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명함도 줄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도 반성해야 한다. 공정한 게임이 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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