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사진> 전 인천시장의 총선 출마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루 남겨 놓은 시점에서도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여전히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에서는 ‘총선 민폐’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 전 시장은 지난 9월 정계 복귀를 염두에 둔 SNS 게시글을 시작으로 외부 강연회에 기조 연사로 참석해 현 정부를 비판하는 등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그의 정계 복귀가 암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히 ‘어느 지역에 출마할 것인가’로 집중됐다.

그동안 유 전 시장의 출마가 점쳐졌던 대표 선거구는 남동갑 지역이다. 유 전 시장의 거주지역이기도 하고, 빼앗긴 보수 텃밭을 되찾아오려면 당의 중진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재임시절 유 전 시장을 보좌했던 박종효 전 비서실장과 남동갑·을 후보로 뭉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유 전 시장 거취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자 소문만 무성해지는 분위기다. 오히려 남동갑 지역뿐 아니라 연수갑, 중·동·옹진·강화, 계양을, 미추홀갑 등 인천의 절반에 가까운 선거구에서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시장까지 지낸 중진이다 보니 탈환이 필요한 지역구에 나서거나 막강한 현역 여당 의원을 견제할 인물로 오르내리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전략을 세워야 하는 후보들의 셈법만 복잡해지고 있다. 같은 당 인물들은 유 전 시장의 거취에 따라 경선 통과 여부가 갈리고, 다른 당 인물들은 추후 맞대결 전략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유 전 시장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유 전 시장이 지나치게 시간을 끌며 자신의 거취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서 총선 전체 판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심지어 김포 등 타 지역 출마까지 언급되고 있어 타 후보들은 총선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아 이 정도면 ‘총선 민폐’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계 인사는 "유 전 시장이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 맞느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자신을 둘러싼 소문을 토대로 지역구를 저울질할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입장을 확실히 밝히는 것이 시장을 지낸 이의 격에 맞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유 전 시장은 당분간 출마 여부나 출마 지역을 공식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유 전 시장이 현재 지역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등을 신중하게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고민이 깊어지다 보니 아직 출마 지역을 정하거나 언급할 시기는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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