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미국 정부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를 접견한다.

북미교착 장기화 국면에서 북한이 이른바 ‘중대한 시험’을 한 사실을 밝히고 미국을 거세게 압박하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비건 대표와의 회동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접견에서 북한이 설정한 ‘연말시한’을 앞둔 접견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비롯한 한반도 긴장고조 상황을 타개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건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 그 내용 역시 관심을 끈다.

북미대화의 공전 속에서 경색 조짐을 보이는 한반도 정세에 돌파구를 마련해내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화 동력 유지를 위한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등 비핵화 협상의 ‘촉진자’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과 미국은 최근 서로를 향해 험한 말을 주고 받으면서 대치 양상마저 보이는 등 지난 2월 말 ‘하노이 노딜’ 이후 대화 교착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문 대통령 주선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남북미 3자 회동과 북미 정상의 단독 면담이 성사됐지만, 사실상 10개월 가까이 실질적인 비핵화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잇단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이어 최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징후까지 포착되고, 미국이 이에 경고음을 울리는 등 북미 간 설전이 지속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최근의 한반도 상황의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예정하고 있어 이를 앞두고 한미 간 의견 조율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청와대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중국을 메신저로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끌어냄으로써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한중 소통 결과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비건 대표와의 접견에서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에 대해 언급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올해 마지막 회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가 17∼18일 서울에서 열리며,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비건 대표 방한과 같은 날인 이날 입국했다.

문 대통령의 비건 대표 접견이 방위비 협상회의 하루 전날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비건 대표에게 미국이 요구가 합당하지 않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미동맹에 입각해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타결을 언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강봉석 기자 kb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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