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남부경찰서 소속 교통안전계 경찰들이 지난 13일 오후 11시께 수원시 세류동 권선중학교 주변 도로에서 음주 단속을 하고 있다.
수원남부경찰서 소속 교통안전계 경찰들이 지난 13일 오후 11시께 수원시 세류동 권선중학교 주변 도로에서 음주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11시께 수원시 세류동 권선중학교 앞 왕복 6차로 도로. 하루 3만 대 이상의 차량이 통행해 교통량이 많은 도로로 꼽히는 이곳에 수원남부경찰서 소속 교통안전계 경찰 3명과 의무경찰 1명이 한 팀을 이뤄 모습을 드러냈다. 연말연시를 맞아 열리는 송년회나 각종 모임에 참석했다가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는 예비 교통사고자를 붙잡기 위해 뜬 단속팀이다.

특히 스마트폰 앱으로 음주 단속이 이뤄지는 위치가 공유되면서 감시망을 빠져나가는 사례가 잇따르자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특정 장소에서 ‘짧게 치고 빠지는’ 스폿 단속에 나섰다.

첫 번째 단속 현장은 과속차량 사고가 빈번해 일명 ‘수원 아우토반’으로 불리는 1번국도 비상활주로 방면에서 약 600m 떨어져 있는 도로 지점이다. 단속을 벌인 지 30분가량 지났을 때 경찰관을 발견한 검은색 코란도 차량이 갑작스레 차로를 바꿔 주변 식당의 부설주차장에 멈춰 서는 장면이 포착됐다.

교통안전계 이해규 팀장이 쫓아가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 A(39)씨가 달아나기 전 음주감지기를 들이댔다. A씨가 알코올 감지기를 불자 ‘삐이이’ 소리가 났다. A씨는 "방금 차 시동만 걸었는데 억울하다"며 음주운전 사실을 발뺌했지만 운행 목격 사실을 알리자 고개를 떨구고 현장조사를 위해 마련된 승합차로 향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6%로 100일간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A씨의 목적지는 이곳에서 10㎞ 넘게 가야 하는 수원과학대학교였다. 자정이 되자 경찰들은 도로에 깔린 라바콘과 팻말을 회수했다.

두 번째 단속 장소로 택한 곳은 수원시청 앞 왕복 8차로 도로였다. 전국에서 유명 인터넷 방송 진행자(BJ)들이 촬영을 올 정도로 유흥가로 번화한 ‘인계박스’가 접한 곳이다.

단속팀은 갤러리아백화점에서 경기도청으로 향하는 편도 5개 차로 중 1개 차로를 막고 단속을 실시했다. 한 시간 남짓 지난 12시 57분께 음주운전자가 붙잡혔다. 차량에서 내린 B(22)씨는 머쓱한 얼굴로 "죄송하다"며 순순히 음주 측정에 임했고, B씨의 동승자는 휴대전화를 꺼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 물로 입을 헹군 뒤 음주측정기를 통해 나온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6%, 면허정지에 해당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2시간 동안 경찰 377명과 순찰차 177대를 동원해 관내 고속도로 요금소 입구와 이면도로, 유흥가 주변 등 114개소에서 일제 음주운전 단속을 벌였다. 음주 단속 지점을 공유하는 스마트폰 앱에 대응해 30∼40분마다 단속 장소를 바꾸는 ‘스폿 이동식 단속’을 실시한 결과 면허취소 21명, 면허정지 35명, 채혈 3명 등 총 59명이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단속에 대해 사전 홍보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주운전자가 늘어나 우리 사회의 음주운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 줬다"며 "앞으로도 허를 찌르는 이동식 단속을 통해 얌체 음주운전자들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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