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국내 도로에서 운전하기란 매우 어려운 과업이라 할 수 있다.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등 3급 운전이 보편화돼 있고 양보 및 배려 운전이 약하며, 경우에 따라 난폭과 보복운전이 즐비하다. 여기에 보도 위에 올라오는 이륜차는 물론이고 길가를 따라 불법 운전과 규정 위반의 보행자는 물론이고 자전거와 전동 퀵 보드는 물론이고 택시 및 버스 정차 등 고려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불법 주정차는 기본이고 선진화가 안 된 교통문화도 크게 한몫하고 있는 상황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단 13시간 교육, 이론적으로 하루 반이면 취득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운전면허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태이니 비상 대처방법이나 2차 사고 예방 등의 교육은 사치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주차 예절도 약해 아직도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오늘도 무사히’라는 심정으로 운전을 해야 할 정도가 됐다. 초보운전자나 외국인이 국내에서 운전하기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자동차와 교통을 전문적으로 하는 필자도 운전을 하기가 꺼려질 정도이니 다른 사람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도로 위에는 각종 폭탄과도 같은 열악한 상황이나 조건이 많다는 뜻이고 이 상황도 모르고 운전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재작년까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4천 명을 항상 넘다가 작년 42년 만에 처음으로 3천700여 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더욱 줄 전망이나 아직은 OECD국가 대비 두 배에 이른다. 교통사고 후진국이라는 뜻이고 그만큼 운전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가 전혀 모르고 운전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전과자가 될 수 있는 악법 내지는 문제가 심각한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큰 규정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도로 위의 흰색 실선에서의 운전 방법이다. 흰색 실선을 일반인들이 판단하는 경우는 흰색 점선에 비해 차로 변경을 하지 말고 더욱 조심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황색 실선의 경우는 이유 불문하고 차선 침범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맞는 이야기라 할 수 있으나 문제는 상황에 따라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고 조심하라는 뜻이다. 이미 이 상황으로 여러 명의 사고자가 기소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재작년 후반 검경은 흰색 실선에서 차로 변경 시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상자가 발생하면 이유 불문하고 차로 변경 차주를 기소하는 내규를 지정해 진행하고 있다. 즉 흰색 실선에서 차로 변경을 할 경우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차로 변경을 하는 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사상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기소돼 범법자가 될 수 있는 규정이 진행 중에 있다. 

문제는 흰색 실선이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같이 제대로 그려져 있지 못하고 끼어들기를 못하게 하려고 길게 그려놓은 경우가 많고 다른 교통표시와 상반돼 운전자를 혼동시키는 잘못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흰색 실선은 교량 위나 고가도로, 터널 등에 주로 활용되고 있으나 최근 끼어들기 등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도를 높여놨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일관된 도로 그리기가 아니라 편의주의적 그려놓기도 많은 만큼 운전자에게 함정으로 작용하는 구간이 많아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