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이 학교 앞 신호등 설치를 반대하는 민원에 공사를 독단적으로 중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민원을 우선시 한 인천경제청의 판단은 학생 안전을 위해 신호등이 필요하다는 경찰의 일관적인 입장과도 대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경제청은 ‘경찰청과 협의할 테니 신호등 설치를 잠시만 보류시켜 달라’는 주민 요청에 따라 연수구 A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추진하던 신호등 공사를 멈췄다고 16일 밝혔다.

A초 앞 신호등 설치는 학생 교통안전 보호를 목적으로 지난 6월 심의를 거쳐 통과해 결정<본보 12월 16일자 19면 보도>된 후 공사 준비에 들어갔지만, 민원이 발생하자 인천경제청이 공사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제청이 공사를 중단한 근거는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에서 신호등 설치를 무산시키겠다"는 주민들의 계획 발언이었다. 주민들이 민원을 넣으면 경찰청이 보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신호등 설치를 취소하는 안건은 수개월 동안 심의에 올라가지도 않은데다, 위원회에서 재심의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는 시설을 설치하거나 폐기하는 결정을 한다. A초 앞 신호등은 6월 심의를 통과한 후 아직 설치도 되지 않은 상태로 번복될 여지가 크지 않은 상태다. 시설 설치 때 심각한 교통문제가 추가로 제기되면 다시 심의를 할 수도 있지만 경찰은 A초 신호등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달 20일과 이달 2일 두 차례에 걸쳐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신호등 설치가 타당하다는 취지로 민원에 답했다. 신호등을 설치하려는 횡단보도는 A초 학생뿐 아니라 주변의 각급 학교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고, 현장조사에서 사고의 위험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신호등을 설치하는 대신 주민 불편을 줄일 방안까지 제시한 상태다.

이렇게 경찰에서 신호등 설치를 재심의할 움직임이 전혀 없는데도 여전히 인천경제청은 심의위 결과 통보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 사이 2개월이면 설치가 완료됐을 학교 앞 신호등은 동절기까지 겹쳐 반 년가량 늦은 내년 봄께나 공사가 재개될 예정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가면 경찰에서 최종적으로 처리사항을 통보해 줘야 추진할 텐데, 아직 처리 결과를 공식적으로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심의를 통해 신호기 설치가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인천경제청에서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민식이법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어린이 안전 관련 신호기는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며, 민원 답변도 설치가 타당하다고 보냈다"고 설명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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