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는 유엔이 지정한 ‘세계 반부패의 날(12월 9일)’을 맞아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를 ‘반부패 주간’으로 지정해 첫 ‘공익신고의 날’(9일)을 기념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청렴문화 행사를 개최했다. 과거에 비해 부패행위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채용비리’ 등 수많은 부패행위가 잔존해 있다. 한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등 부패방지 노력이 큰 효과를 발휘하는 듯했으나 최근 실효성이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부패행위가 점점 은밀하게 이뤄짐에 따라 내부 신고가 아니고는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공익신고자 보호법’ 등의 법률에서 내부 신고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미흡한 점들이 있다. 참으로 어려운 결심을 하고 ‘공정’과 ‘정의’를 위해 내부신고를 했음에도 칭찬과 포상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징계와 왕따를 당하는 등 돈·건강·시간을 모두 잃어버리고, 오죽하면 "내부고발, 다시는 안 하겠다"라며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겠는가. ‘내부고발자’ 내지 ‘공익신고자’들은 우리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한 사람들이므로 철저히 보호하고 과감하게 포상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공익신고자에게 지급되는 구조금 항목을 신고자 해고 등 불이익에 관한 소송비용뿐만 아니라 신고와 관련된 다른 소송비용 및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비용 등으로 확대하고, 현재 권익위에 할 수 있는 ‘비실명 대리신고’를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접수할 수 있도록 신고처를 확대하며, 공익신고의 대상인 ‘공익침해행위’의 범위를 넓혀 신고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또한 권익위가 청탁금지법을 만들 때 청탁금지, 금품수수, 이해충돌방지 세 항목을 넣었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빠졌던 바,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 ‘이해충돌방지 규정’이므로 조속히 입법으로 실현돼야 한다. 

한편, 권익위는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기존 284개 법률 외에 국민안전·건강 등과 관련한 100여 개 주요 법률을 공익신고자 보호 대상에 추가해 신고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학원법, 위생용품 관리법 등 위반행위를 신고한 사람도 보호대상에 추가하는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법이 개정되면 입시 컨설팅 학원의 자기소개서 대필행위, 성분 기준을 위반한 물수건·일회용품의 판매행위 등도 공익신고의 대상이 되는 등 신고자 보호 범위가 한층 확대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미흡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법들이 ‘공익’과 관련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므로, 일단 모든 위법행위의 신고를 ‘공익신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되 ‘공익신고’에 포함시키는 것이 현저히 불합리한 경우에만 ‘공익신고’가 아닌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말하자면,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보호대상 법을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이 아니라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정함으로써 공익신고 보호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즉, 거의 모든 부류의 위법행위 신고를 ‘공익신고’의 범주에 포섭함으로써 시민들의 건전한 ‘신고정신’과 ‘준법정신’을 고양하고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 부패와 관련된 사건 신고와 고급정보들이 검찰·경찰이 아닌 권익위에 접수되는 일이 늘고 있는 것은 신고자에 대한 보호가 잘 되기 때문인데, 고무적인 일이다. 

작년 10월에 변호사를 통한 비실명(非實名) 대리 신고가 가능하도록 공익신고자보호법을 개정한 것, 각종 생활밀착형 제도개선을 추진한 것도 잘한 일이다. 권익위는 내년 2월 말까지 공공기관 채용비리 신고기간을 운영하는데, 신고자에게 최대 2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려면 부패신고가 더욱 활성화돼야 하고, 권익위의 위상과 권한 및 활동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 권익위의 반부패 노력에 뜨거운 기대와 성원을 보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