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건의료비 고갈의 심각성을 인지한 우리나라 정부 역시 ‘보건의료시스템’을 개선해 공공의료정책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인천도 국가정책에 발맞춰 빈약한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합니다. 인천의 공공의료 강화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겠지만, 인천시의료원 확충을 시발점으로 서서히 이뤄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시의 강력한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인천 공공의료 터줏대감’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조승연(56)인천시의료원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조 원장은 지난해 12월 인천시의료원(인천의료원)에 부임해 인천지역 공공의료의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서 조 원장의 인천의료원 ‘취임 1주년’이라는 표현에 살짝 의구심이 든다. 그 이유는 1989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그는 가천의대 중앙길병원 외과에서 전공의과정을 거쳐 1994년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곧바로 인천중앙길병원 외과과장, 가천의대 교수, 인천적십자병원장 등에 이어 2010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인천의료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후 잠시 2016년 성남시의료원 초대 원장으로 나간 다음 2018년 12월 다시 인천의료원장으로 복귀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조 원장의 인천의료원장 경력은 2016~2018년 2년을 빼면 7년여간이나 된다. 가히 ‘인천 공공의료 터줏대감’이라고 불릴 만한 대목이다.

그는 인천의 공공의료는 밝지만 헤쳐 나가야 할 숙제도 많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시민들에게 외면받았던 상처를 안고 있는 인천의료원의 인식 전환과 함께 인천 공공의료가 더욱 확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 원장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 인천의 공공의료 전망을 알아본다.

-인천에 다시 와 보낸 지난 1년간의 소회는.

▶이루고자 했던 것이 많았지만 잘 된 것과 부족한 점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전반적으로 인천의료원과 이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많이 이룩한 편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좀 더 명확해졌고,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는 면도 있다. 

-인천지역 공공의료의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인구 300만 명의 거대 도시에 제대로 된 시립병원은 인천의료원 하나밖에 없다. 몇몇 공공의료병원이 있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일본은 전체 병원의 25%가 공공의료기관이다. 고령화 심각 등 지금 일본과 우리의 의료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공공의료 수준에는 차이가 많다. 한국은 전국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이 약 40개 정도로 전체 병원의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인천의 공공의료 역시 아주 열악하다.

정부가 발표한 전국 책임의료 관련 조사에서 인천은 공공의료기관이 최소 4곳 정도 있어야 한다고 나왔다. 현재 인천의료원을 중심으로 남부권(연수·남동) 1곳, 동·북부권(서구·부평·계양·강화) 2곳 등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영종지역까지 책임질 수 있다. 

인천의 공공의료는 현재 거점인 인천의료원 규모 확대와 함께 남부권은 적십자병원 확대·활용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고, 동·북부권은 최적지를 파악한 후 우선적으로 1곳을 먼저 설립하면 된다. 정부의 공공의료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인천이 이를 잘 이용한다면 보다 나은 공공의료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의 공공의료 거점인 인천의료원의 현재 상황과 키워야 한다는 발언에 대한 복안은.

▶제대로 된 ‘책임의료기관’이라면 최소 300~500병상, 진료과목 20개 이상, 응급의료 기능 구축, 각종 최첨단 의료장비 구비 등 필수 의료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데, 인천의료원은 현재 250병상에 인력과 시설도 부족해 1990년대 최고 의료기관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민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고, 2차 병원으로서의 기능 역시 상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인천시와 시의회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지난해 예산을 20억 원 증액했고 앞으로 제2의료원 신설, 적십자병원 확대 등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추진하려는 보건의료정책 개선 등과 맞물려 간다면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영종도에 제2의료원 신설과 관련해서는 조금 방향이 다르다. 종합병원이 없는 영종도에 병원 설립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곳은 제2의료원의 개념이 아닌 시나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도움으로 일반 공공의료기관 추진이 맞다고 본다.

-내년도 인천의료원의 사업 구상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공보건의료발전종합대책’에 따라 인천시에 4개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게 되는데, 인천의료원이 그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단, 현재 인천의료원은 인력·시설·장비 면에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응급의료 기능과 심뇌혈관 중재 기능이다. 국비 확보를 통해 내년에 혈관조영장비를 들여 놓을 것이고, 올해 응급실 기능 보강을 위한 시설공사를 마무리했다. 또 내년에는 나머지 기능보강사업을 추진해 적어도 2021년 지역응급의료센터 구축 및 심뇌혈관센터 운영 등을 위해 준비 중이다. 

아울러 내년 하반기에는 18병상을 갖춘 호스피스병동 운영으로 말기 환자들의 편안하고 존엄한 임종을 도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에 지역책임의료기관이 되면 단순히 병원만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 의료자원을 협력·조직해 시민의 의료 이용을 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각종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현재 동구청과 노인의료복지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사업인가.

▶인천의료원 주변에 ‘치매안심통합관리 시니어타운’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확실히 해 둘 것은 이 사업이 인천의료원 확대사업과는 별건임을 먼저 알리는 바다.

일단 이 사업은 동구에서 추진하는 ‘지역복지사업’이다. 치매안심센터, 정신보건센터, 요양병원 구축이 인천의료원 치료에 속하기 때문에 여기에 생기면 당연히 지원해 주고, 병원이 배후기관으로서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전국 광역시 단위로 대부분 요양병원을 하나씩 갖추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서로 손을 잡고 추진하는 것이다. 인천의료원에서 수술 등 급성기 치료를 끝내고 나면 갈 곳 없는 홀몸노인들을 케어할 수 있는 의료·요양시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대가 크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으로서 우리나라 공공의료 현실에 대해 말해 달라.

▶전국 약 40개 지역거점 공공병원(적십자병원 포함)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수십 년간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은 대부분의 공공병원이 시민의 관심 밖에서 존재 이유를 모른 채 겨우 연명하고 있었고, 인천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표적인 것이 ‘만성적자’와 ‘방만경영’이라는 꼬리표일 것이다. 하지만 공공병원의 적자는 민간의 그것과 동일선상에서 논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것은 바로 ‘착한 적자’, 즉 ‘공익적 적자’라는 것이다. 

이제 공공의료는 인천의료원 하나를 살리고 죽이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존망이 달린 문제다. 정치인들이 느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위기가 오기 때문에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의료체계를 개선해 줄줄 새는 보건의료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 철저히 준비해서 안정화될 때까지 현 정부, 다음 정부 할 것 없이 다같이 손잡고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인천의료원도 맥을 같이 해야 한다.

-끝으로 인천의료원 가족들과 시민들에게 한마디.

▶어려운 공공의료 현실에서, 그것도 따가운 눈총만 받고 있는 인천의료원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우선 머리 숙여 감사하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인천의료원은 보다 큰 사업을 추진할 것이고, 그 사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의료진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 큰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인천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마음을 함께 하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인천의료원의 존재감이 되살아날 것이고, 비전과 미래가 밝을 것이다.

인천시민들에게는 다른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병원의 본분이 진심으로 환자를 보겠다는 것과 환자의 병을 고치는 일에만 충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 결국 병원은 많은 환자를 받고자 하기보다 환자 한 명을 더 소중이 여기는 것이 참된 목적이며 친절이다. 이를 인천의료원이 꼭 실천에 옮기겠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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