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얼마 전 치매 간호방법 중에서 매우 인상적인 방법을 매스컴에서 방송으로 보도했다. 치매노인의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심각함에서 이 인상적인 방법을 통해서 구제받을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 같다. 실제 이 독특한 방법을 휴마니튜드 방법이라고 하는데 이를 수행한 병원에서는 너무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효과는 충분히 있었으나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휴마니튜드 방법을 수행했던 기관에서는 이 방법이 충분히 효과가 있어서 새로이 받아들인 이 간호방법을 교육받아야 할 필요는 느끼고 있었다. 

눈을 맞추고 대화하고 신체를 접촉할 때 치매환자를 위협하지 않는 느낌을 주는 것에서 시작해 환자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는 간호방법으로 보인다. 많은 대상자들에게서 공격적인 성향이 감소하고 문제 행동이 감소한다고 한다. 간호에 이런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불행하게도 간호사가 병원에서 환자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의 생활은 병원에서 뿐만 아니라 가장 관심을 주고 받아야 할 가족에게서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영화 노트북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나이가 들어서 치매를 앓고 있다. 남편은 치매를 앓고 있는 그녀와 같은 양로원에서 매일 벤치에 앉아 남편이 기록한 노트북을 읽어준다. 노트북에는 젊었을 때 부인을 만나서 사랑했던 그들의 사연이 기록돼 있다. 부인은 남편을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식까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젊었을 때의 기억이 없어졌으므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된 것처럼 보낸다. 그들의 자식들이 양로원으로 부모님을 뵈러 방문할 때 어머니가 자신들을 기억하지 못하므로 아버지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인사한다. 이 장면도 치매 대상자 입장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다.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것처럼 인사한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치매와 다른 것은 일반적으로 치매는 표정이나 표현이 부족한데 영화라 그런지는 몰라도 표정도 충분히 다양하고 표현도 자연스럽다. 확실한 것은 치매노인 대상자에게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관심과 간호를 받고 있는지에 따라서 표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매노인의 경우를 볼 때 이미 뇌에서 기질적인 변화와 인지기능 저하가 진행되고 있어서 표현과 자신의 신체와 행동을 서서히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음에도 그의 입장에서의 관심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주변에서 관심을 보이고 진심으로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을 때 사라졌던 표정과 표현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반대로 주변의 관심이 사라질 때 기억과 표정과 표현은 더 빨리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 추측이 맞다면 진심으로 대하는 관심은 기억이 사라져가도 몸으로 그리고 본능으로 느낀다. 즉 관심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본능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주변의 관심이다. 그 관심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면 더욱 행복하고 가족이 아니어도 누군가의 진심어린 관심이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신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데 부족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 관심에 병원에서는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의사, 요양보호사 등인데 가장 환자와 오래 있는 사람의 진심어린 관심이다. 

가정에서는 가까이 있는 가족의 관심이다. 2019년도 마지막 달이다. 아무리 바빠도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진심어린 관심을 우리 주변에 서로 나누면서 보내는 것이 다양한 표정을 잃어버리지 않고 좋은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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