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19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한돌과의 제2국 도중 바둑판을 응시하고 있다. 이세돌 9구단은 제1국에서 2점을 먼저 깔고 시작해 불계승을 거뒀지만 이날 호선(바둑 두기 전 미리 바둑판 위에 깔아놓는 돌 없이 맞바둑을 두는 것)으로 대결을 펼쳐 불계패했다.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NHN의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의 맞바둑에서는 패했다.

이세돌은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2국에서 ‘호선(互先)’으로 대결을 펼쳤지만 122수 만에 불계패했다.

전날 1국에서 두 점을 깔고 시작(접바둑)해 92수 만에 승리한 이세돌은 2국 맞바둑에서는 흑을 잡고 양 소목 포석을 펼치며 실리작전을 구사했다. 그러나 중반 초입 좌상귀 접전에서 저지른 미세한 실수가 치명상이 됐다. 이세돌의 작은 실수를 놓치지 않고 응징한 한돌은 불과 40여 수를 둔 시점에서 승률 그래프가 90%에 육박하며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했다. 좌상귀 실수로 작은 손해를 입은 이세돌은 하변으로 손길을 돌렸으나 인공지능은 단 한 번도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비세를 느낀 이세돌은 여기저기 상대 약점을 찔러 보며 인공지능을 상대로 특유의 ‘흔들기’를 펼쳤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철벽 방어를 쉽사리 뚫지 못했다.

이세돌은 좌변과 우하귀에서 뻗어 나온 백돌을 갈라쳐 위협했으나 한돌은 가볍게 수습했고, 우변 백돌도 포위해 봤지만 인공지능은 차분하게 삶을 확인했다.

이세돌은 승부사로서 더는 해 볼 곳이 없다고 판단하자 이른 시기에 돌을 거두고 말았다. 한돌은 전날 2점 바둑에서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며 자멸했지만 호선 바둑에서는 이세돌을 압도했다. 한돌은 지난 1월 국내 바둑랭킹 최상위 그룹인 박정환·신진서·신민준·이동훈·김지석 9단과의 호선 대결에서 모두 승리한 바 있다.

한편, 이세돌은 21일 자신의 고향인 전라남도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리는 제3국에서 1국 때와 마찬가지로 2점을 놓고 최종전을 벌인다. 이 대국은 이세돌의 생애 마지막 공식 대국이다. 이세돌은 지난달 19일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24년 4개월의 현역 프로기사로서의 삶을 마감했다.

이세돌은 대국 후 "초반에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나와서 정말 아쉽다. 마지막 대국은 진짜 마지막이기 때문에 승패를 따지지 않고 제 바둑을 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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