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목 PEN리더십 연구소 대표
홍순목 PEN리더십 연구소 대표

스웨덴 출신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2019 올해의 인물’에 오른 것이 화제다. 올해 16세의 어린 나이에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이 시작되려 하는데 당신들은 돈과 경제 성장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라며 유엔본부에서 각국 정상들을 향해 호통을 친 그녀의 대담함에 전 세계가 놀랐다. 

타임지가 2019 올해의 인물로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하고 표지에 그의 사진을 실은 것은 지구의 환경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과학잡지 ‘네이처’는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으며 아마존 우림의 17%가 사라졌다. 기후 변화를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을 이미 지났을 수 있다"고 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천은 "현재 지질학적 시간은 과거와 완전히 구분되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선언했다. 인류가 지구의 주인으로 자리 잡은 이후 야생 포유류의 83%와 해양 포유류의 80%가 사라졌다는 보고도 있다. 그런 와중에 최근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기후네트워크가 지구 온난화 감축 노력에 소극적인 국가에 주는 ‘화석상’을 일본에 수여했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이 "석탄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소를 선택지로 남겨 두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피해자가 이의 해결을 위한 지구적 공동 대응에 소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원자력 발전을 폐기하는 정책은 결국 화석 연료에 의존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적인 태양광 발전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이를 위해 없어진 녹지와 추후에 발생할 폐태양광 발전 패널의 처리 문제 등을 고려하면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간다.

필자가 거주하는 서구 지역에는 수도권매립지와 소각장 그리고 발전소 등 대규모 처리시설과 산업기반시설 등이 밀집해 있다. 수도권매립지와 소각장 등에 대해 그 기한과 내구연한 종료 등을 둘러싸고 주민의 민원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 허허 벌판이었던 곳이 이미 대규모 주거단지가 조성돼 있고 이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특정지역 주민에게 장기적인 피해를 강요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때문에 주민의 입장에서는 대체매립지로의 이전과 소각장 폐쇄를 강력하게 촉구하지만 쉽게 해결될 수 있어 보이지 않는다. 장기과제로 돌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마냥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소각장 폐쇄를 요청하는 것만이 최선일까? 이런 의문은 그레타 툰베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녀는 지난해 8월 스웨덴의회 앞에서 처음으로 시위를 했다. 이른바 ‘기후변화를 위한 학교 파업’은 전세계 많은 학생들의 동참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그녀는 시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녀를 더욱 위대하게 만든 것은 그녀의 실천적 행동이었다. 그녀는 현재 ‘채식주의’, ‘비행기 대신 태양광 보트 타기’ 등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태어나자마자 오염된 지구를 마주해야 하는 툰베리 같은 젊은 세대들이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고 있을까. 

환경오염 유발시설을 가장 가까이에 두고 있으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서구 지역주민들은 이제 어떤 실천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용하는 식당, 커피숍과 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에 일회용품 사용 중지를 먼저 요구해야 한다. 스스로 가정에서 전기를 절약하고 폐기물을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리사이클링 교육을 시키는 것 등등이 그 실천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런 작은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집값 하락을 염려해 대규모 처리시설과 환경오염 유발시설 이전과 폐쇄를 요구한다는 오해를 받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툰베리가 유엔본부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던진 그 질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피해가 많은 서구가 그 실천의 시발점이자 성지가 돼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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