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몸길이 40㎝ 정도의 작은 것에서 120㎝ 큰 것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 지느러미처럼 생긴 날개가 있지만 날지는 못한다. 깃털은 짧고 촘촘하며 몸 전체를 덮고 있고, 꼬리와 다리는 매우 짧으나 사람처럼 곧게 서서 걷는다. 몸 색깔은 등 쪽이 검은색이고 배 쪽은 흰색이다.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어 헤엄을 치며, 지느러미 모양의 날개로 잠수해 플랑크톤, 어류와 오징어류를 잡아먹는다. 무리를 지어 남극대륙과 그 연안에 주로 서식하며,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와 뉴질랜드 섬들, 페루와 칠레의 연안에서도 산다. 

 이미 짐작한 대로 추운 극지방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는 펭귄에 대한 설명이다. 펭귄들은 한곳에서만 머물지는 않고 늘 바람이 적고 먹이 구하기 쉬운 바닷가 쪽으로 이동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꼬리와 다리가 매우 짧아 뒤뚱뒤뚱 무리를 지어 빙판 위를 서서히 이동하는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얼음 낭떠러지 앞에서는 바다로 뛰어들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건너편 빙판으로 옮겨갈 수 있고, 그곳에서 먹이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군가가 먼저 뛰어내려야 한다. 낭떠러지 밑에서는 바다표범이나 범고래와 같은 천적(天敵)들이 펭귄들이 뛰어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 누구도 망설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러나 그 순간 한 펭귄이 먼저 뛰어내리고, 뒤를 이어 나머지 펭귄들이 일제히 뛰어 든다고 한다. 첫 번째 뛰어내린 위기의 펭귄을 그냥 버려두지 않고 모두가 행동을 같이해 천적으로부터 위험을 함께 벗어난다는 것이다.

 펭귄들의 놀라운 생존전략은 이것뿐만 아니다. 아무리 지방질을 몸에 축적하고 있다 해도 영하 50도, 6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는 견디기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펭귄들은 둥글고 단단한 밀집대형(密集隊形)을 만든다고 한다. 심한 눈보라 속에서도 촘촘하게 서로를 밀착시키면서 모여 있다 보면 무리의 가운데에 있는 펭귄은 바깥쪽에 있는 펭귄들보다 상대적으로 추위를 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안쪽에 있는 펭귄들이 서서히 원을 그리며 조금씩 밖으로 나오면 바깥에 있던 펭귄들이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게 돼 누구나 공평하게 추위를 함께 이겨낸다고 한다. 이러한 펭귄들의 경이(驚異)로운 원운동을 ‘허들링(Huddling)’이라고 한다. 

펭귄들이 어떻게 그와 같은 생존방법을 알았을까? 위험을 무릅쓰고 얼음 낭떠러지를 가장 먼저 뛰어내리는 용기는 어디서 나왔으며, 함께 힘을 모아 천적으로부터 위험을 벗어나는 협동심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서로 몸을 밀착해 체온을 지켜내는 행위나, 차례대로 바깥쪽 펭귄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면 밀집대형이 무너지고, 결국은 모두가 얼어 죽게 될 것이란 것은 또 어떻게 깨달았을까? 펭귄들은 아마도 아주 오랜 기간 극지방의 강추위 속에서 자신들만의 생존전략(生存戰略)들을 스스로 터득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았을 것이다. 

 계속되는 경제 한파에 연말 온정도 얼어붙었다는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소외계층과 같은 지원 사각지대는 늘어나고 있는데 시민들의 기부 참여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모범이 되는 고액 기부자들도 줄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경제 한파 때문만은 분명 아닐 것이고, 시민들이 선뜻 기부를 망설이게 하는 여러 가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익명의 나눔 천사…10원짜리 포함 5천만 원 기부’라는 기사를 보았다. 적지 않은 금액도 그렇지만 동봉한 편지 내용에 더욱 감동했다. 그 편지에는 ‘몸이 아파도 가난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중증장애 노인과 독거(獨居)노인 의료비로 써달라. 내년에는 우리 어르신들이 올해보다 더 건강하고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 인천의 한 편의점에서 일어난 사건도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사건은 지병 때문에 직장을 잃은 3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먹을 것을 훔치다가 적발된 단순한 절도사건이었다. 그러나 사정을 듣고 용서한 편의점 주인과 근처 식당으로 데려가 배고픔을 해결해 준 경찰관, 그리고 이들의 딱한 사연을 전해 듣고 20만 원의 돈 봉투를 건네고 사라졌다는 한 60대 남성 때문에 ‘현대판 장발장’이란 이름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세밑 가지에는 이런 미담(美談)들이 곳곳에 차고 넘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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