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북한의 정치체제가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남북한 관계 개선에 관한 전문가 예측은 현실과 너무나도 큰 간극(間隙)을 보이고 있다. 거의 한평생을 ‘북한’ 연구에만 몰입해 온 전문가 입장에서 그러할진대, 하물며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으로 북한 연구를 해왔던 학자의 진단이란 그야말로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요즘 지상파를 포함한 종합편성 채널에 출연하는 자칭 ‘전문가들’, 그 중에서도 정치가, 평론가, 변호사들의 북한진단과 전망 모습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 보면, 실소(失笑)를 금할 수가 없다. 

도대체 이들은 북한에 대한 연구를 얼마나 했는지,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이나 관영방송인 ‘조선중앙TV’, 아니 북한 내 유일한 관영통신인 ‘조선중앙통신(KCNA)’를 보았는지 묻고 싶다.

아무리 거의 모든 정보가 차단된 폐쇄사회라 할 지라도 적어도 매스컴에 출연하려면 어느 정도 내공(?)은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 도리나 의무가 아니겠는가?

자신이 부족함을 느낀다면 정중하게 출연을 고사(固辭)하든지, 그것도 힘들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해 와야 그 프로를 시청하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는가?

필자는 지난해 인기 프로 중 하나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두 번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으로 평양을 다녀온 최모 가수가 특별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녀의 유명세 때문인지 거의 모든 출연자가 기립(起立)해 인사를 하면서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광경’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이 프로가 ‘북한 바로 알기’ 차원의 방송인지, 아니면 유명가수를 모셔온 것을 축하하기 위한 프로인지 좀처럼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런가 하면, 출연자들에게 피켓을 나눠주면서 "북한은 과연 개혁, 개방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答)을 흑백논리식으로 내놓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과연 이 프로가 ‘주어진 자기의 소명(召命)’을 제대로 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 매우 의심스럽다 못해 불쾌하기까지 했던 것이 필자의 진솔한 심정이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할 것인가 여부는 그 정치체제를 조금만 들여다 보면, 너무나도 쉽게 답이 나오는 매우 초보적인 물음인데, 이것을 출연자들에게 요구하다니?

북한은 이 지구상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그야말로 몇 안 되는 폐쇄사회이다. ‘지상낙원이자 이 지구상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라고 70여 년 이상 인민들에게 교육을 시켜온 곳이 바로 북한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각급 매체에서는 "남조선의 인민들은 미제국주의자의 군홧발에 짓밟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허리에 깡통을 차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불쌍한 동포"라고 왜곡하면서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김정은 동지를 결사옹위하는 가운데 모든 인민이 총폭탄이 돼 조국해방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오직 김정은 장군님만을 믿고 세상에서 부러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인민들에게 ‘어떻게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제적인 소식, 그 중에서도 인공위성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는 첨단과학 정보기술 위력을 보도할 수 있겠는가? 

스마트폰이 벌써 600만 대 넘게 보급됐으니, 우리 못지않게 최첨단 과학 문명생활을 할 것이라 그들은 정말로 믿는 것일까?

북한 당국은 외부 세계, 특히 자본주의 사회의 풍조(風潮)를 ‘그들 사회를 와해시키는 독소(毒素)’로 간주하면서 이른바 ‘모기장론’을 펴고 있다는 점은, 적어도 북한전문가라면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말이다.

결론은 절대로 불가능한 것이 바로 북한의 개혁·개방이며, 자칭 ‘북한전문가들의 허언(虛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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