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삼갔다. 아니, 철저하게 침묵했다. 기자가 속한 언론사도 이해당사자여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옳지 않다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이제는 한마디쯤은 해야겠다. 집행부 발의로 제정된 ‘용인시 광고시행 등에 관한 조례’ 얘기다.

해당 조례는 ‘용인시장이 시행하는 광고에 관해 일정한 원칙과 기준을 설정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역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말하자면 ‘그때그때 달랐던’ 낡은 관행에서 탈피해 대강의 기준이라도 마련해 행정광고비를 보다 투명하게 집행하겠다는 의지다. 그 기준이 촘촘한지, 성긴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내년 1월 1일부터 조례를 시행하면서 노출되는 문제점이 있다면 집행부나 의회에서 개정조례(안)을 발의해 보완하면 될 일이다. 

여기서 조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의사는 없다. 개인적인 유불리를 떠나 오랜 산통 끝에 세상 구경을 한 이른바 ‘광고 조례’의 탄생을 쌍수 들어 환영한다.

최근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용인시의 행정광고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한 모양이다. 이와 관련, 시는 2018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집행 내역은 이미 공개했다. 다만, 전임 시장 시절 집행한 행정광고비에 대해서는 비공개 결정을 내려 현재 행정심판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행정광고비 집행 내역 공개 요구는 정당하다. 공공기관은 공개할 의무도 있다. 단 한 푼의 세금이라도 허투루 사용하면 안 된다는 대원칙에서 그렇다. 적어도 이 지점까지는 정당성이 확보된다. 

문제는 그들의 행정광고비 집행 내역 요구가 세금의 감시 목적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공개된 저의(底意)’가 있다. 저의는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품은 생각’이지만 굳이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나도 끼워 달라"는 생떼다. 공익을 가장한 또 다른 사익 추구의 한 과정일 뿐이다. 심지어 지난해 11월과 12월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군기 시장이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행정광고비를 뿌렸다는 ‘아님 말고’식 의혹까지 제기했다. 뇌피셜도 이런 뇌피셜이 따로 없다. "한국 언론 제발 정직해라."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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