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골반통증 ‘염증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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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인 골반통증 ‘염증 주의보’
난임과 자궁내막증
  • 기호일보
  • 승인 2019.12.2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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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희 서울여성병원 아이알센터(난임센터)  과장
최주희 서울여성병원 아이알센터(난임센터) 과장

만성 골반통증 및 생리통이 심한데 이를 참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성들이 많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임기 여성에서 나타나는 만성적인 염증성 질환인 ‘자궁내막증’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궁내막증은 난임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난임 여성의 25~40%에서 자궁내막증이 발견된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 벽을 감싸고 있는 자궁내막과 유사한 조직이 자궁 밖에 존재해 통증, 유착 및 염증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호르몬 변화에 의해 자궁내막은 증식하고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자궁내막이 탈락하며 출혈이 생기는 것이 생리다. 이때 자궁 밖에 존재하는 자궁내막 조직도 같은 작용으로 출혈이 생기면서 증상이 발생한다. 난소에 자궁내막 조직이 있으면 ‘자궁내막증’이라는 혹을 형성할 수 있고, 복강 안쪽 및 장기를 둘러싸는 복막에 있으면 복막이 서로 달라붙는 복막 유착을 일으킬 수 있다. 

자궁내막증과 난임 간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러 기전들이 제시되고는 있다. 심한 유착으로 인해 골반 내 해부학적 변형이 일어나 난소와 나팔관의 연결 또는 나팔관 개통성을 막아 난자가 나팔관 내로 들어오는 과정이나 이동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또 자궁 밖 자궁내막 세포가 복막으로 침식하면서 면역의 복합적인 작용을 일으켜 복강 내 염증성 환경을 유발해 난자와 정자, 배아 등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으며, 나팔관의 운동성이 떨어져 난자와 배아의 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아울러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착상 장애가 발생하거나 난자 및 배아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난소에 발생한 자궁내막증은 혹을 형성하기 때문에 질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진단에 도움이 되나 다른 부위에 발생한 자궁내막증은 진단하기 어렵다. 자궁내막증의 확실한 진단 방법은 배꼽 및 복벽에 작은 구멍을 내 카메라로 관찰하며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을 통해 직접 병변을 확인하는 것과 병변을 제거해 조직검사를 하는 것이다. 수술은 진단 방법이자 효과적인 치료법이기도 하다. 수술적 치료로 복강 내 자궁내막증 병변을 모두 제거하고 골반 내 해부학적 구조의 변형을 교정해 주게 되면 난임에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난소 수술 시행 시 난소 조직을 최대한 보존함에도 불구하고 난소 피질에 손상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난소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수술 자체가 오히려 유착을 일으킬 수 있어 난임 여성에서 수술적 치료는 각 환자의 상황에 맞게 진행돼야 한다. 또 양쪽 난소에 자궁내막증이 있을 때 재발성 자궁내막증으로 두 번째 수술을 받는 경우 난소의 부피가 급격히 작아져 난소 기능이 더 심하게 떨어질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난소에 자궁내막증이 있는 것만으로도 수술과 관계없이 난소 기능이 정상 여성에 비해 떨어질 수 있음이 확인됐다. 따라서 수술을 먼저 시행할지 아니면 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난임 시술을 통해 적극적으로 임신을 시도할지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자궁내막증 치료에는 약물치료도 있다. 수술 후 5년 안에 환자의 약 50%가 재발을 경험할 만큼 자궁내막증은 재발률이 높아 수술 후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디에노게스트와 같은 황체호르몬 제재, 복합경구피임제를 복용하거나 일시적 폐경으로 일으키는 성선자극호르몬 분비 호르몬 작용제(GnRH-a)를 주사해 재발률을 감소시킨다. 이와 같은 약물요법은 골반통과 같은 통증 조절에는 효과가 있겠으나 가임력을 증가시키지는 않으며 호르몬약물 자체가 배란을 억제해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임신을 원하는 자궁내막증 여성에서는 적극적인 임신 시도가 필요하다. 이에 보조생식술을 권하는 경우가 많으며, 난임 시술에는 자궁 내 정액주입술(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체외수정)이 있다. 자궁 내 정액주입술은 정액을 처리해 운동성 있는 정자를 자궁 내에 주입하는 시술이며, 시험관 시술은 과배란 유도 후 난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시켜 형성된 배아를 자궁 내에 이식하는 시술이다. 자궁내막증이 있는 난임 여성에서 시험관 시술은 가장 정립된 치료 방식이다. 자궁내막증이 심하지 않는 경우 자궁 내 정액주입술을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 자궁내막증이 심한 경우 시험관 시술을 고려한다. 

자궁내막증이 심할수록 시험관 시술 시 채취되는 난자의 개수가 적으며 착상률도 감소해 임신율에 나쁜 영향을 끼쳐 자궁내막증이 있는 경우 적극적인 임신 시도를 권하게 된다.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성이 35세 이상으로 나이가 많거나 난임을 일으키는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시험관 시술을 권한다. 

자궁내막증이 있는 난임 여성에서 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궁내막증의 심한 정도, 환자의 나이, 난임 기간, 가족력, 수술력, 골반통 유무, 난소 기능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복강경 수술을 먼저 시행할지, 적극적인 임신 시도를 먼저 할지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결정하게 된다. 자궁내막증이 의심되거나 진단됐으면 임신 계획을 늦추지 말고 난임 상담을 통해 치료계획을 빨리 세우시길 바란다.

<도움말=서울여성병원 아이알센터(난임센터) 최주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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