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수장 공간이 없어 지역의 문화유산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상황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가 지역 문화자산 수집 및 보존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임시 수장고 설치를 본격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5일 시에 따르면 최근 임시 수장고 설치 및 운영비로 편성한 예산 3억4천400만 원이 확정돼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해졌다. 내년 1월부터 후보지 실사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임시 수장고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지역 문화유산을 보존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문화정책 중 하나로 수장 공간 확대를 추진해 왔다.

그동안 인천의 소중한 문화유산은 줄줄이 타지로 향했다.

인천이 낳은 한국의 대표적 서예가인 검여(劍如) 유희강 선생의 작품 400점, 습작 600점 등 1천 점과 생전에 사용했던 벼루·붓 등은 인천이 아닌 성균관대에 소장돼 있다. 인천 출신이자 최초의 미학자인 우현(又玄) 고유섭 선생의 유품인 친필 원고를 비롯한 문화재급 미술사 연구자료들도 인천이 아닌 동국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실학파 거두 소남 윤동규 선생의 고문서와 유물도 인천이 아닌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갖고 있다. 인천에는 이들 문화유산을 소장할 수장고가 없기 때문이다.

시는 이 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문화 향유 공간으로 기획된 인천뮤지엄파크에 충분한 수장 공간을 확보하기로 했다. 미추홀구에 조성 중인 인천뮤지엄파크는 시립미술관·박물관·공원 등을 갖춘 문화산업시설로 2025년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국비 200억 원, 시비 1천832억 원, 민자 1천283억 원 등 총 3천315억 원 규모다.

아울러 인천뮤지엄파크 조성 전이라도 지역 문화유산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임시 수장 공간을 임차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수장고 규모는 165㎡로 예상되며, 앞으로 기증을 받거나 수집·구입하는 미술품을 보관·전시하는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번에 확정된 예산 3억4천400만 원 중 임차료로는 7천800만 원이 편성됐다. 나머지는 수장대 설치비 5천만 원, 작품 기증 시 전달할 포상금 2억 원, 심의수당 600만 원, 기타 작품 운반 비용 1천만 원 등 전반적인 설치·운영비로 구성됐다.

시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수도권 내 여러 후보지 실사에 나설 예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장소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후보지 현장방문을 통해 적절한 공간을 물색해 2020년 초부터는 임시 수장고를 운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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