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이 ‘성탄 선물’을 언급하며 도발을 시사한 데 대해 정찰기 4대를 동시에 한반도로 출격 시켜 북한의 지상과 해상 등을 정밀 감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찰기 4대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과 성탄절 새벽에 한반도 상공으로 출동한 것으로 보이며, 동시 4대 출동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지상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해상의 움직임을 촘촘히 감시·정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도발을 시사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거론한 D데이인 25일 촉각을 곤두세우며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비핵화 대화가 답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북한의 도발까지 이어진다면 비핵화 시계가 거꾸로 갈 수 있는 만큼 긴장감 속에 북한의 움직임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북한이 무력시위를 감행할 경우 비핵화 대화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공을 들여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전쟁위협을 제거하고 한반도 평화를 앞당겨 현 상태까지 비핵화 대화를 끌어온 상황에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올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 대화의 교착 상태를 넘어서 북한이 도발을 결단하고 미국이 이에 힘을 과시하는 형태로 대응한다면 문 대통령의 ‘촉진자역’은 더욱 험난해지게 된다.

문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청두를 방문하기에 앞서 빠듯한 스케줄을 쪼개 하루 전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것도 북미 간 긴장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회담에서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3국은 한반도 평화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에 노력하기로 했다. 이는 D데이를 앞둔 북한에 우회적으로 도발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시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북한의 ‘크리스마스 도발’ 확률은 낮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하루종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선물’을 거론한 대상인 미국의 현지시간으로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기 전까지는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한미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지상의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를 가동하고, 해상에서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SPY-1D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출동시키는 등 대북 감시·경계태세를 강화했다.

미국도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은 피하면서도 정찰기 4대를 동시에 한반도로 출격시켜 북한의 지상과 해상을 정밀 감시하는 등 긴장감을 드러내며 도발 가능성에 대비했다.

강봉석 기자 kb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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