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25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하고 있다. 류현진이 미국프로야구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계약을 확정한 뒤 입단 기자회견에서 팀 내 최초로 99번 유니폼을 입게 될지 관심이다. /연합뉴스
류현진(32)이 25일 크리스마스에 캐나다 토론토로 떠났다. 미국프로야구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면 입단 기자회견이 열린다. 류현진은 이날 아내 배지현 씨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들어섰지만 ‘아직 미계약 선수’라며 인터뷰는 하지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 류현진은 지난 23일 토론토와 4년 8천만 달러(약 929억4천만 원)에 입단 합의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과 캐나다 언론에서는 류현진 영입 소식을 상세히 전했지만 토론토 구단은 확정 발표를 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훈련하던 그를 대신해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협상을 진행했고, 토론토가 내민 조건에 합의했기 때문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진 않았다.

그가 토론토 구단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FA 계약을 한 투수로 기록된다면, 다음은 새 팀에서도 등번호 99번을 달지가 관심이다. 류현진이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99번을 토론토에서도 달면 상당한 영광을 누림과 동시에 새로운 기록도 쓴다.

야구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레퍼런스닷컴과 베이스볼얼머낵에 따르면 토론토에서 1977년 창단 이래 등번호 99번을 단 선수는 없다. 르네 곤살레스(1991년)의 88번이 가장 높은 번호였고, 2018년 전반기를 토론토에서 뛴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은 35번이었다. 류현진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정식 ‘토론토맨’이 된 뒤 99번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에 등장하면 팀 내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는 셈이다.

류현진은 2006년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이래 프로에서 줄곧 99번을 달았다. 입단 당시 15번을 배정받았지만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서 뛰다가 한화로 컴백한 15번의 원래 주인 구대성이 되찾아가면서 99번을 택했다.

류현진은 훗날 한화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9년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뜻에서 99번을 계속 달겠다고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KBO리그 출범 후 최초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상을 석권한 그는 99번을 달고 한국 야구를 평정한 뒤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2013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진출했다.

KBO리그에서 MLB로 직행한 최초의 선수인 류현진은 올해 아시아 선수 최초로 빅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2.32)를 앞세워 토론토와 역대 코리안 빅리거 투수 최대 규모로 계약했다.

아이스하키의 나라인 ‘단풍국’ 캐나다에서 ‘99’는 존경받는 숫자다. 아이스하키의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는 캐나다 출신 웨인 그레츠키가 99번을 달았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2000년 2월 7일 그레츠키의 99번을 전 구단 영구 결번으로 정했다. 메이저리그에선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42번이 해당된다.

이런 위상을 고려할 때 류현진이 토론토에서 99번을 배정받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띤다. 그는 빅리그 현역 선수 중 가장 오랜 기간(7년) 99번을 달았다. 토론토에서도 99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으면 내년 정규리그에서 19번이나 격돌하는 뉴욕 양키스 간판 타자 에런 저지와 ‘99번 사나이’끼리 투타 대결도 벌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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