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하수구 역할만 하던 인천 하천은 2003년 7월 29일 준비위원회를 시작으로 9월 26일 민관 합동 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이 구성되면서 본격적인 하천 살리기가 시작됐다. 2004년 1월 전국 최초로 하천살리기추진단 구성 및 운영조례가 제정되고, 시민단체와 하천 관련 부서 공무원으로 민관 합동사무국을 구성·운영했다.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은 하천별 복원 목표인 테마 설정을 통해 타 시도 하천에 있는 설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닌 인천지역 하천의 특성에 맞는 하천을 조성하고자 했다. 유지용수 공급 하천 공간계획 등 징검다리 하나, 풀 한 포기도 꼼꼼하게 검토하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결정했다.

이러한 거버넌스에 의한 인천 하천 살리기는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이를 벤치마킹하는 지자체도 많았고 인천 하천 살리기 사례를 주제로 연구논문도 많이 나왔다.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을 모방한 서울하천네트워크나 전라북도강살리기추진단,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 등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모범 사례로 잘나가던 인천 하천 살리기에 위기가 찾아왔다. 승기천·굴포천·장수천 등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이 끝나고 추진 동력을 상실한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은 거버넌스는커녕 무용론까지 대두됐었다.

2018년 8기가 출범하면서 시민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한 하천정책 및 사업을 결정하는 물거버넌스 복구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는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에게 특별한 해이다. 5월 8일 인천 하천 살리기의 효시인 승기천에서 제8기 하천네트워크 발대식을 통해 민관이 오랜만에 두 손을 잡고 인천 하천 살리기 의지를 표방했다. 시는 굴포천·승기천·수문통 물길 복원과 강화에 있는 하천도 역사문화생태 하천으로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천은 급격한 도시화를 겪으면서 지표면 대부분이 불투수면으로 덮이고 물길은 사라져 도시가 건조해지고 여름철 열섬 현상이 매우 심해지고 있다. 인천지역 기후는 최근 40년 동안 1970년대 11.4℃에서 2010년대 12.4℃로 연평균 기온 1.0℃ 상승, 연평균 강수량은 16.5%가량 증가했다. 기온 상승과 불투수면 증가로 인한 폭염 발생 빈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인천 도시환경이 위기를 겪고 있다.

도시하천은 건천화와 수질오염에 따른 하천용수 이용 불가, 수질 악화에 따른 친수공간 감소와 물순환 체계 파괴,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피해 증가와 도시개발에 따른 불투수율 및 하천변 복개 등 토지 이용 증가와 저지대지역의 도시화, 도시인구 증가에 따른 내수 범람과 지하공간 활용 증대 등 많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

물길을 복원한다는 것은 위와 같은 도시하천의 문제와 개발논리 중심의 도시문화로 인해 사라졌던 인간다움과 사람 사는 맛, 인천의 정체성 복원까지도 의미한다.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도시의 다양한 활동이나 구조를 자연생태계가 갖고 있는 다양성과 안전성, 순환성에 가깝도록 계획하고 설계해서 하천의 물길을 열고 물길은 시민의 마음을 열어 인천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

테마가 있는 인천 하천 살리기도 필요하다. 인천항을 중심으로 한 중구는 역사가 있는 곳으로, 경인항(아라뱃길)과 남항은 레저가 있는 공간으로, 송도국제도시는 상업시설과 연계한 친수도시로, 해양생태공원과 이어지는 소래포구는 낭만이 있는 곳으로 각 지역별 특색을 입힌다면 명실상부 물의 도시 인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타 시도 하천 살리기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하천과 도시를 연계한 정책 개발 및 연구사업들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서울연구원, 경기연구원, 부산연구원 등 지역의 연구기관에서 정책을 개발 및 지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인천 하천 살리기는 추진단에서 정책 개발부터 방향성 설정, 주민 의견 수렴, 하천 살리기 홍보, 실천사업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다. 나날이 심해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하천과 도시의 연계, 기후변화와 통합 물관리 시대에 맞는 연구 및 정책 발굴이 절실히 필요하다.

도움말=최혜자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사무국장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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