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버섯 뮤즐리에서 다크초콜릿 맛이 나네요", "스낵처럼 간편해서 쉽게 손이 가겠어요", "매운 조청은 처음 봐요", "오징어 먹을 때 고추장 대신 ‘찍먹’하면 맛있겠어요."

지난 19일 용인시청 로비에서 용인시농산물가공지원센터를 통해 생산하는 가공식품을 소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9개 농가는 창업에서부터 제품 개발, 가공, 포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시의 지원을 받아 ‘용인의 소반’이라는 통합 브랜드로 출시 중이다.

이날 선보인 제품은 ▶목이버섯 피클과 뮤즐리(새암농장) ▶산양산삼(다온) ▶오디 식초·스낵, 뽕잎차(초담초담) ▶쌀·도라지·무·고구마·매운 조청(농부드림) ▶매실벌꿀청(몸신안승재) ▶블루베리잼·차(용인청정팜) ▶현미누룽지(농부네누룽지) ▶아로니아 액상차(굿앤마루팜) ▶잡곡·셰이크(미미살롱) 등이다.
 

일산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용인 가공식품 브랜드 ‘용인의 소반’ 특별전 부스를 찾은 고객들이 진열 상품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일산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용인 가공식품 브랜드 ‘용인의 소반’ 특별전 부스를 찾은 고객들이 진열 상품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롯데백화점 고양 일산점에서 ‘특별판매’ 행사도 가졌다. 9월 서울식품산업대전에 참가한 ‘용인의 소반’ 부스를 눈여겨본 백화점 관계자가 먼저 시에 제안을 해 성사됐다. 7일간 열린 행사에서 9개 농가는 2천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대보다 반응이 좋아 첫날 동이 난 제품도 나왔다. 직접 맛을 본 사람들이 지갑을 열었다. 시식 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고객이 한 시간이 지난 뒤 감칠맛이 난다며 되돌아와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용인의 소반’이라는 통합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각 농가의 피나는 노력과 시의 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한껏 내서다. 시는 다양한 농산물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관내 농업인을 대상으로 가공기초교육을 하고, 수료자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심화교육과 컨설팅까지 도맡았다. 센터가 보유한 가공장비 68종을 활용해 제품 생산도 지원했다.

‘농부드림’ 이명순 대표는 기본적인 쌀 조청과 함께 무·도라지·고구마·매운 조청 등 5가지 상품을 생산한다. 주재료는 용인 백옥쌀이다. 다른 쌀에 비해 값이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한다. 엿기름도 최상급만 쓴다. 엿기름이 좋지 않으면 당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한 종류의 조청을 만드는 데 3~4일 정도 걸리는데 하루 생산할 수 있는 양은 고작 35~45병 정도다.

상품 출시까지는 험로였다. 이 대표는 2015년 용인시농업기술센터 기초가공반 수업을 들었다. 조청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수백 가마니의 쌀을 버리면서도 연습을 거듭했다. 실패가 반복되자 지인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실패가 자산이 되리란 믿음으로 이를 악물었다.

지난 19일 용인시청 로비에서 열린 홍보행사 광경.
지난 19일 용인시청 로비에서 열린 홍보행사 광경.

레시피를 개발한 뒤 상품 생산단계에서도 센터의 대량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마침내 2017년 쌀·도라지 조청 2종을 출시했다. 기관지에 특효인 무 조청과 고구마 조청도 잇따라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코엑스에서 열린 ‘2018 Seoul Food Awards’에 전통식품 부문 경기도 대표로 참가했다.

올해는 세상에 없는 매운 조청을 출시했다. 첫 반응은 싸늘했다. 너무 맵다거나 너무 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수차례 레시피를 수정하고 조청의 풍미를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묘책을 고민하다 곁들임 음식으로 쥐포를 내놨다. 쥐포를 매운 조청에 ‘찍먹’한 이들은 고추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며 엄지를 세웠다.

"조청은 양념류라는 인식이 강해서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 어떤 음식과 어울리는지 먼저 제안을 하니 소비자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 조청 종류에 따라 시식할 때 빵, 떡, 크래커 등을 함께 내놓고 있어요." 이 대표의 말이다.

‘초담초담’ 임옥녀 대표도 센터의 도움으로 오디식초 상품화는 물론 뽕잎차, 오디스낵을 개발했다. 임 대표는 20년 전 당뇨를 앓던 남편과 귀농했다. 뽕나무 뿌리를 삶아 먹으면 당뇨에 효험이 있다는 말에 무작정 처인구 호동에 뽕나무를 심었다. 처음엔 나무 심는 법조차 몰라 눈동냥, 귀동냥을 했다.

임 대표는 남편이 호전되는 것을 목격하고 상품 개발을 고심하다 농기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임 대표 역시 기초가공반 수업을 들으며 뽕잎차와 천연발효 방식의 오디식초를 개발했다. 농기센터에서 지원해 준 미생물 비료를 쓰고부터는 오디 열매가 눈에 띄게 튼실해져 생산량도 늘었다.

오디는 안토시아닌이 많아 눈 건강에 그만이다. 열에 취약해 가공단계에서 열을 가하는 액상 형태로 섭취하는 것보단 그냥 먹는 것이 훨씬 좋다. 임 대표는 이에 착안해 오디를 동결 건조해 스낵 형태로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했다.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 과자 같은 느낌을 줘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5천여㎡ 농장에서 매년 2.5~3t가량의 오디가 생산된다. 수확 후 급랭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가공한다. 처음엔 시 로컬푸드매장과 직거래장터 등에서만 판매하던 것을 인터넷 판매로 확대했다. SNS 마케팅을 배워 시작한 인터넷 블로그를 보고 알음알음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새암농장’의 목이버섯 피클과 뮤즐리는 올해 농식품창업 콘테스트 결선까지 올랐다. 오호영 대표가 재배하는 목이버섯은 ‘눈꽃목이’로 일반 목이버섯과는 약간 다르다. 식감이 기존 목이에 비해 월등해 피클로 만들어도 흐물거리지 않고 풍미가 좋다. 게다가 식이섬유는 25% 이상, 비타민D 함유량도 17배나 높다.

오 대표는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던 제조공장이 어려워지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엔 흰목이버섯을 재배하려다 일반 목이버섯의 상품성이 좋을 것 같아 기흥구 보정동에 270여㎡ 남짓한 농장을 마련했다. 그는 여러 방법으로 버섯을 키우다 우연히 피클 만들기에 적합한 목이를 수확했다. 얻어 걸린 셈이어서 똑같은 상품의 버섯을 수확하기 위해 직접 갖가지 재배 방식을 시험하며 피땀을 흘렸다. 11~2월 햇빛으로만 버섯을 재배하면 ‘눈꽃목이’가 나온다는 사실을 끝내 알아냈다. 특허를 출원했다.

"목이버섯을 단일 반찬으로는 먹지 않는 것이 이상하더라고요. 흐물거리는 식감을 싫어 하는 사람도 많고요. 더 맛있게 먹을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 새로운 방식으로 재배하게 됐고, 피클에 생고추냉이를 넣어 보는 시도까지 하게 됐어요."

오 대표는 뮤즐리도 개발했다. 시리얼과 함께 먹을 수도 있고 레몬, 바나나, 다크초콜릿 등 세 가지 맛이 있어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도독 오도독 씹는 맛이 일품이고, 스틱 형태로 소포장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설탕이 아닌 프락토 올리고당을 넣어 만드는 블루베리잼, 간편하게 한 봉씩 밥할 때 넣어 먹을 수 있는 잡곡 스틱, 산양산삼 스틱, 아로니아 액상차, 벌꿀매실청 스틱도 선물용으로 인기다.

‘미미살롱’의 잡곡 스틱은 아이디어가 좋아 관내 한 쇼핑몰이 패키지 디자인을 지원하고 쇼핑몰 입점도 도왔다. 원래 1㎏ 단위로 포장해 팔던 잡곡을 밥할 때 한 포만 뜯어서 넣도록 한 것은 센터 담당자의 아이디어다. 이 제품은 감성적인 패키지와 마케팅으로 출시 직후부터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이현미 대표는 선식 형태의 간편식 미미셰이크도 출시했다.

기초가공반 수업을 듣고 곧바로 별도 가공시설을 갖춰 현미누룽지를 출시한 ‘농부네누룽지’는 가공식품 창업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김미서 대표는 쌀을 어떻게 소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누룽지를 만들었는데, 다른 제품보다 누룽지 두께가 얇고 고소해 찾는 이가 많다. 물에 넣고 끓였을 때 밥알이 쉽게 물러지지 않아 판매량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는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믿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내년에는 식품의 원재료 생산부터 최종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의 모든 요소를 관리할 수 있는 식품안전관리 인증인 ‘HACCP’ 인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1인 농가들이 센터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물품 운반까지 자동화하는 시설을 개선하고, 1인가구 증가에 맞춰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미니 사이즈 제품 개발 등 상품 다양화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취재 지원 용인시>

사진=용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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