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15 총선에서는 여야 간 금배지 쟁탈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이번 총선은 여당에게는 ‘재집권’을, 야당은 ‘정권 교체’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차대한 선거라서다.

여당 입장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하반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야 향후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야당 역시 이번 총선에서 이겨야 정권 탈환이라는 목표를 쟁취할 수 있다. 결국 여야 모두 이번 총선은 2022년 대선의 전초전인 셈이다. 따라서 사활을 걸 수밖에 없고, 특히 전국 민심의 풍향계로 불리는 인천은 여야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리고 있다.

이번 총선은 기존 4당 중심의 다자 대결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지만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각 정당들의 셈법에 따라 선거판이 요동칠 수 있다. 선거 필승을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의 연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의 보수 대통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등 앞으로 여야의 이합집산에 따라 양자 구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진보 진영 앞에는 복잡한 셈법이 놓여 있다. 정의당은 지역에서 최대 6곳에 후보를 낼 계획이지만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20대 총선처럼 한국당의 ‘어부지리’ 당선이 예견돼서다.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의 분열로 한국당(옛 새누리당) 후보가 대거 당선됐다. ‘미추홀갑’은 당시 허종식(민)후보와 김충래(국)후보가 표를 나눠 가져 홍일표(한)의원이 당선됐다. ‘연수을’은 윤종기(민)후보와 한광원(국)후보로 표가 분산돼 민경욱(한)의원이 당선됐다. ‘부평갑’의 정유섭(한)의원과 ‘서갑’의 이학재(한)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 같은 상황의 재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관석(민)의원과 배진교(정)전 남동구청장의 경쟁이 예상되는 ‘남동을’ 선거구, 이정미(정)의원과 정일영(민)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맞붙을 ‘연수을’ 선거구는 벌써 단일화 실패에 따른 진보 진영의 패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총선 승리 묘수를 찾기 위한 양당의 물밑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여야를 막론하고 다선·중진 의원 물갈이론이 거세져 지역 내 3선 이상 의원들 중 누가 컷오프(공천 배제)를 당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화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기득권 세대에 포함된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에 대한 용퇴론이 거세다. 송영길(계양을)·홍영표(부평을)의원이 해당된다. 한국당에서는 지속적으로 교체 요구가 있었던 인사들이 다시 지목되고 있다. 안상수(중·동·강화·옹진)·홍일표·윤상현(미추홀을)·이학재 의원 등이다.

지난해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의 총선 불출마 발표가 잇따르면서 세대교체가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인천지역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확실한 대안이 없어 섣부른 세대교체로 이어질 경우 내부 분열만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다. 따라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지역 내 다선 의원들 모두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직 단체장 출신들이 대거 여의도 입성 도전에 나서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시민들과 호흡하며 인지도를 높여 온 데다 행정 경험도 풍부해 선거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유정복 전 인천시장이 어디로 출마할지 주목된다. 유 전 시장은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계 복귀 선언을 한 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남동갑 출마가 유력하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경기지사 출마설과 김포 출마설도 나돈다. 여기에 불출마설까지 돌고 있지만 출마 지역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어 그의 행보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부평갑’ 출마가 예상되는 홍미영(민)전 부평구청장은 이번 총선에서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본선에 앞서 같은 당 이성만 전 인천시의회 의장과의 경쟁이 있지만 구의원과 시의원, 구청장 등을 역임하며 당원, 지역주민들과의 교감이 큰 데다 여성 가산점이 있어 당내 경선만 넘으면 지역 내 첫 여성 지역구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다. 앞서 홍 전 구청장은 2004년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지만 비례대표로 뽑혔다. 인천에서는 아직까지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여성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미추홀을’ 출마를 굳힌 박우섭(민)전 미추홀구청장은 3선 구청장을 거치며 지역 내 지지 기반이 탄탄해 현역인 윤상현 의원을 위협하고 있다. 또 이 지역은 충청 표심 행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남 청양 출신인 윤 의원과 충남 예산 출신인 박 전 구청장이 과거에는 각각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충청민들의 지지를 받아 견제 속에서도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에는 단 한 명의 승자만이 가려지게 됐다.

‘중·동·강화·옹진’에 출마하는 조택상(민)전 동구청장, ‘연수갑’에 출마하는 이재호(한)전 연수구청장과 ‘남동을’ 출마가 예상되는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 ‘계양을’ 출마가 거론되는 박형우(민)계양구청장, ‘서갑’에 출마하는 강범석(한)전 서구청장 등도 꾸준히 지지 기반을 닦아 와 당내 경선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초선 의원들의 지역 안착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인천은 13개 지역구 중 6곳이 초선 의원이다. 민주당에서는 박찬대(연수갑)·맹성규(남동갑)·신동근(서을)·유동수(계양갑)의원, 한국당에서는 민경욱·정유섭 의원 등이 초선 의원으로 재선을 위해 지역 민심 다지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인천지역에서는 ‘중·동·강화·옹진’, ‘남동을’, ‘서갑’ 등이 인구 상·하한선에 걸려 선거구가 재획정될 수도 있다. 다만, 선거구가 없어지거나 나눠지는 대신 인근 선거구와의 경계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야 각 정당은 3월 초까지 공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후보자 등록은 3월 26일부터 27일까지이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4월 2일부터 14일까지다. 같은 달 1∼6일 재외투표, 10일과 11일 양일간 사전투표를 거쳐 선거 당일인 15일 본투표를 실시한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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