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사회 과목을 배울 때 지구 환경오염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항상 언급되는 장면이 있다. 영국 런던의 시민들이 화창한 날씨에 공원이나 야외에서 햇볕을 쬐려고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시민들은 평상시 대기상에 스모그가 자욱하게 끼어 있는 탓에 자유롭게 외출하기 힘들어지자 날씨가 맑게 갠 날에는 무조건 햇볕을 쐬러 밖으로 나와야 했다.

이러한 상황이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얼마나 공기가 나쁘기에 저런 지경에 놓였을까’ 의심마저 들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나고 지구는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었고, 시간은 20년이나 더 흘러서 2020년을 맞이했다.

과연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미세먼지가 낀 날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됐다. 화창한 날씨에 서울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남산타워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다. 전국 방방곡곡에 대규모 산업단지와 공장을 건설하면서 한때 국가 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공장 굴뚝에서 내뿜던 연기는 다시 우리를 위협하는 화살로 돌아왔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강의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생겼을 정도로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쳤던 중공업 발달이 가져다준 산물이다.

본보는 경기도내 각 지자체들이 그동안 산업화시대에 떠밀려 등한시했던 지구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교통과 주거환경 등 전반적 분야에서 친환경에 방점을 찍고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행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친환경적으로 조성된 수원 광교신도시 전경.
친환경적으로 조성된 수원 광교신도시 전경.

# 자연과 생태계 중요성 깨달은 지자체

19세기 초 대영제국은 산업화로 이룬 성장을 통해 전 세계 곳곳을 침탈하면서 최고의 열강국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이 치러야 했던 대가는 참혹했다. 자유롭게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빼앗겼던 것이다. 공기 없이 단 1분도 살 수 없는 인간이지만 이를 너무 간과했다.

우리나라도 홍역을 치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산업화 유해로 남은 오염된 자연과 생태계 환경을 원점으로 되살리기 위해 중앙정부와 전국의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는 물론 지역사회와 기업까지 움직이고 있다.

수원북부공영차고지에 지어진 전기버스 충전인프라 시설.
수원북부공영차고지에 지어진 전기버스 충전인프라 시설.

경기도내에서 가장 선두적으로 치고 나가는 시·군은 수원시다. 환경운동가 출신의 염태영 시장이 2010년 초선으로 당선된 직후부터 환경 분야 업무를 살뜰하게 챙기면서 환경 선진 도시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교통과 도시개발 등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시정 곳곳에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심어 놓고 환경이 우선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

우선 시는 2013년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던 ‘생태교통축제’를 선보인 바 있다. 팔달구 행궁동 일원에서 한 달 동안 모든 주민이 ‘차 없는 마을’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마을 안에서 차량 운행을 중단했다.

시가 처음 해당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을 때 일부 주민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의 끈질긴 설득 끝에 당당히 지구 역사상 유례없이 최초로 이뤄진 획기적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끈 도시로 발돋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는 지난해 12월 장안구 수원북부공영차고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버스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무공해 전기버스 충전소 준공식 및 시승식’ 행사를 열었다. 차고지 3천382㎡ 부지에 조성된 전기버스 충전소는 환경부 보조금과 수원여객 자부담을 합쳐 20억 원을 투입해 세웠다. 이곳에는 200㎾h 배터리 용량의 전기버스 1대를 70분 만에 완전히 충전할 수 있는 디스펜서(분배기) 48대를 갖췄다.

운행을 마친 전기버스를 밤에 충전장치에 연결해 놓으면 96대가 4시간도 안 돼 모두 완전히 충전된다. 또 완충된 전기버스가 오전에 노선을 한 바퀴 돌고 차고지로 들어와 다시 충전장치에 연결하면 기사들이 쉬는 20여 분 사이에 30㎾h 용량이 추가돼 배터리 용량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버스를 운행할 수 있다.

청사 내 일회용 컵 사용과 반입을 전면 금지 중인 의정부시.
청사 내 일회용 컵 사용과 반입을 전면 금지 중인 의정부시.

# 미세플라스틱, 우리가 막는다

지난해 8월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해당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 의사를 묻지 않고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제공하면 사업주에게 최대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비롯해 종이컵도 사용할 수 없다. 매장에서 마시던 음료를 테이크아웃하길 원하면 고객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6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장관회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중·단기 단계별 계획을 수립했다.

현행 백화점과 쇼핑몰, 대형 슈퍼마켓 등에서만 쓸 수 없는 비닐봉지는 2022년부터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 제과점으로 확대돼 사용이 금지된다. 불가피한 경우에 속하지 않으면 2030년까지 모든 업종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중단된다.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에 엄격한 규제를 가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자연과 생태계에 미치는 부작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종종 뉴스에서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무인도에서 서식하는 해안동물 사체에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한 가득 나왔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을 거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자연과 생태계에 재앙이 돼서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수원 차 없는 거리 행사.
수원 차 없는 거리 행사.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맞춰 도내 지자체들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5월부터 도민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도청사에서 일회용 컵, 일회용 용기,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 등 ‘4대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했다.

2021년까지 공공부문 폐기물 발생량 30% 감축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경기도 1회용품 사용 저감계획’에 따라 머그잔이나 다회용 식기, 종이상자, 장바구니, 종이 빨대 등 다회용이나 친환경 제품 사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의정부시도 지난해 8월부터 청사 내 일회용 컵 사용과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청사에 들어가는 직원이나 시민은 일회용 컵을 지참할 수 없도록 청사 출입구에 일회용 컵 전용 수거함을 설치했다. 또 전 직원에게 개인 컵을 나눠 줬으며, 민원실 등 방문객이 많은 장소에 컵 세척기를 설치했다. 

비가 올 때는 청사 출입구에 우산 비닐 커버 대신 빗물 제거기를 설치하며, 각 부서 공용물품이나 행사용품을 구매할 때 장바구니, 에코백 등을 쓴다.

민관이 함께 주도하는 사례도 있다. 수원시는 대표적인 지역 관광 명소이자 일명 ‘행리단길’로 불리는 팔달구 남창동·신풍동·장안동·행궁동 일대 커피숍과 베이커리 등 120개 점포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줄이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시는 사업 참여 업소에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업소’ 현판을 부착하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또 사업에 참여하는 업소는 포장주문하는 고객에게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는 대신 개인용 텀블러와 다회용 컵을 사용하도록 독려한다.

시 관계자는 "옛 도심지역으로 상권이 침체됐던 행리단길은 독특한 식당과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주말에는 주변 도로가 막힐 정도로 방문객이 많이 찾는 ‘힙한 명소’가 됐다"며 "시가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는 행리단길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줄이기 사업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사진=<수원시·의정부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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