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2019년만큼 현상 유지만 하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최근 경기도내 기업인 조찬모임에서 만난 기업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새해 목표는 ‘현상 유지’다. 그만큼 올해 경제가 힘들 것이란 것을 암시적으로 느낄 수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2천94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중소기업 경기 전망 및 경영환경 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전년 대비 1.9p 하락한 81.3으로 나타나 2014년 조사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응답 기업의 36.0%가 내년 국내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답했다. ‘비슷할 것’이라는 답변은 57.7%로 가장 많았고, ‘좋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6.3%로 가장 낮게 조사됐다. 

국내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응답한 기업 중 65.5%는 그 요인으로 ‘기업규제 강화’를 꼽았다. 이어 ▶최저임금·근로시간 변동 등 급격한 경제정책(60.7%) ▶세계경제 하강국면(28.9%) ▶미·중 무역전쟁 영향(26.5%) 등의 순으로 답했다. 

특히 중소기업인들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이는 IMF(2.2%), OECD(2.3%), 모건스탠리(1.7%) 등 해외는 물론 KDI(2.3%), 한국은행(2.3%), 산업연구원(2.3%), LG경제연구원(1.8%) 등 국내외 9개 기관의 전망치를 평균한 경제성장률(2.1%)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경영 현장에 있는 중소기업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계는 새해 경영환경 전망을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길을 찾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암중모색(暗中摸索)’으로 요약했다. 국내외 경기 부진과 내수 침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4중고를 겪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는 안 힘들었던가? 항상 힘들었다. 하지만 꿋꿋이 버텼다. 중요한 점은 올해가 유독 특별한 위기라고 불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지표가 예견하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우려는 어디까지나 우려일 뿐, 결과는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부정적인 전망으로 뒤덮인 연초지만 여전히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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