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무대를 종횡무진한 조조가 젊은 시절 관상 잘 보기로 유명한 허소라는 인물을 찾아가 부탁했을 때 "그대는 태평한 시대라면 유능한 관료가 될 것이고, 혼란한 시대라면 간특한 영웅이 될 것이오"라고 인물평을 했다.

조조는 이 말을 듣자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부잣집 망나니 도련님으로 성장한 조조로서는 크게 고무될 만한 평이었다고 할지 모르나 이 말 속에 담긴 의미는 간단치 않다. 한마디로 출중한 능력을 가졌으며 세상이 어찌 되든 크게 될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재능이 있으나 혼란한 세상이 됐을 때 진정한 의미의 영웅이 되기보다는 간사한 영웅이 된다고 했던 것에 방점을 두고 조조의 권모술수나 잔혹한 일면을 부각시켜 매도하는 대목으로 보는 견해도 많지만 말이다. 

아무튼 21세기 오늘에도 꽤나 훌륭한 관료 출신들이 정치에 몸담으면 이상하게도 영웅 쪽보다는 간웅 쪽에 빌붙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조조의 인물평은 간단치 않게 시대를 뛰어넘는다. 더구나 ‘웰빙 국회의원’쯤 되면 조조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 가는 졸개나 다름없지 않은가. 시대 분위기에 편승하는 솜씨로 보면 유능하기 이를 데 없을 테지만 말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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