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뉴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말 세계 각국의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Y2K 대란’ 우려를 크게 제기했었다. 초기 컴퓨터는 메모리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도 표시의 마지막 두 자리만을 인식하도록 개발됐기 때문에 2000년 1월 1일을 1900년 1월 1일로 잘못 인식한 컴퓨터들이 전산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지구촌의 많은 시민들이 숨죽이고 긴장하며 2000년 1월 1일을 맞았는데, 다행히 우려했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은행, 병원,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는 만일의 사태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크게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지났다고 생각하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휘호가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과 기대와 결심과 각오를 품게 한다.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도 시무식을 통해 새로운 결의를 다진다. 과거와 현재를 구분 짓는 시간의 매듭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언론기관들은 새해에 달라지는 여러 가지 제도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주 언급되는 사항들을 예로 들자면 ‘공무원 보수 2.8% 인상…병장 월급은 54만900원으로’, ‘7월부터 방문판매원·화물차주도 산재보험 적용’, ‘도서민 여객선 운임 지원 20%→50%로 확대’, ‘노후차 폐차하고 신차 사면 개소세 70% 감면’, ‘고교 2·3학년 무상교육 실시’, ‘병역거부자 교정시설서 36개월 대체 복무’, ‘스쿨존 교통안전시설·장비 강화’, ‘예술인 창작준비금 지원 확대’, ‘축산물이력제, 닭·오리·달걀까지 확대’, ‘대중교통 차량 실내공기질 관리 강화’, ‘윈도7 기술 지원 종료…비상대응체계 운영’, ‘자궁·난소·유방·심장 초음파 건보 적용 확대’, ‘주 52시간제, 50∼299인 기업으로 확대’, ‘주택 매매계약 체결일 30일 이내 신고해야’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이 꽤 많다. 자기와 관련되는 사항들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한시법(限時法), 일몰제(日沒制), 시효제도(時效制度)와 관련된 사항들도 챙겨 봐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무엇보다도 지난 연말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국회를 통과한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다. 새롭게 도입된 제도들이 부디 잘 정착돼 우리나라 발전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게 되길 기대한다. 

국민들이 새로운 제도에 곧바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바뀐 제도의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그 내용을 알더라도 준비 등에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법령이 개정될 경우에는 통상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시행일을 좀 여유 있게 늦춰 정하기도 하고, 구법 규정이 신법 규정으로 원활하게 이행(移行)하도록 ‘경과규정(經過規定)’을 두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일정 기간 단속이나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啓導期間)’을 두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크고 작은 ‘마찰(friction)’과 ‘충돌(collision)’이 발생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개인이든 기업이든 공공단체든 관련 법령의 제·개정 내용을 미리 면밀히 살펴 예기치 못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법률리스크(Legal Risk)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런 분야에서 법률전문가들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일이 보편화·활성화될 필요가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육성될 필요도 있다. 문제가 발생한 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사전 예방 비용’이 ‘사후 구제 비용’보다 훨씬 적게 든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너무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2020년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웃을 일이 많은)‘해피 뉴 이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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