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울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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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울하신가요?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전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1.07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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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날씨 탓인지 요즈음 우울할 때가 가끔 있다. ‘혹시 우울증인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매일 그렇지는 않으니 괜한 걱정을 한다. 마음의 감기라고 부르는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참 많은 모양이다. 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성인 10명 중 1명 정도가 평생 한 번 이상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어느 것 하나 잘 풀리는 것 같지 않은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정말 우울증이라도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주변에서 "나 우울증 생겼나 봐." 농담처럼 하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한다. 사실 우울한 기분은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느낄 수 있고, 자주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학에서 말하는 우울증이란 것은 일시적으로 기분이 우울한 상태 정도를 뜻하는 것은 아니고 생각의 내용이나 사고과정, 그리고 의욕, 관심, 행동, 수면 등과 같은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이러한 증상이 거의 매일 나타나면 단순한 기분 전환으로 해결할 수는 없고 전문적인 처방과 치료가 필요하다. 

많은 유명 인사들도 자신의 우울증 경험을 털어놓는 것을 보면 누구나 우울증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단테나 괴테, 그리고 쇼펜하우어와 피카소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도 예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피카소는 노년에 매일 아침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을 거야"라고 소리치면서 일어났다고 전해진다. 

사실 대중의 인기와 선망의 대상인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취약하다고 한다. 사람의 심신도 자동차나 스마트폰의 배터리와 같아서 에너지를 충전하지 않고 계속 쓰기만 하면 결국 고갈(枯渴)되거나 번아웃(burnout)상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국내 한 대학교 연구팀이 사교육과 학생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사교육 시간이 많은 학생은 우울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자료에 따르면 하루 4시간 이하의 사교육을 받는 학생 중에서는 10% 정도에서만 우울증을 보인 반면, 4시간이 넘는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경우에는 무려 30% 이상에서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연구 교수는 "하루에 4시간을 초과해 사교육을 받은 초등학교 학생 집단의 경우 그렇지 않은 집단과 비교해서 3배 이상 높은 우울 증상을 보였다"라며 우려했다.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가 1932년에 발표한 「멋진 신세계」라는 작품이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다섯 계급으로 나뉘고, 끝없이 반복되는 수면 학습과 세뇌를 통해 어떠한 의문도 갖지 않고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며 산다. 가족이라는 유대가 사라진 세계, 죽음까지도 익숙해지도록 훈련을 받는 세상에서 인간은 최소한의 존엄성과 인간적 가치, 그리고 스스로 생각할 자유마저 없다. 늙지도 않을 뿐더러 책임감이나 도덕성조차도 필요가 없고, 어떤 걱정이나 외로움도 느끼지 않으니 당연히 우울할 일도 없다. 마약과도 같은 소마(soma)라는 약이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사고할 능력을 빼앗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신세계와 격리된 원시지역(Reservation)에서 살고 있던 ‘야만인’ 존이 우연히 이곳에 초대받는다. 그는 놀라운 과학 문명과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계된 세상에 감탄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통제받으며 조작된 행복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조작된 문명에 좌절하고 통제받는 세상에 절망한 존은 결국 그가 살던 곳, 힘들기는 하지만 자유로운 원시지역을 찾아 떠나간다. 

헉슬리가 역설적(逆說的)이게도 그의 소설 제목을 「멋진 신세계」라고 한 까닭을 알 것 같지 않은가? 일부 상류층 자녀들이 마약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우울한 기분을 바꿔줄 ‘소마’라는 비약(秘藥)은 없다. 스스로 번아웃 상태에 빠져 우울증상을 느끼지 않으려면 가끔은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어떤 유명 인사는 "먹기도 싫고, 숨을 쉬기조차 버거워 삶을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 친구의 도움으로 삶의 의욕을 찾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도 우울하다고 느낄 때는 가족이든 친구든 주변에 도움을 청하라고 조언한다. 

새해에는 일상(日常)에서 가족, 친구 그리고 이웃과 자주 어울리며 지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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