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 박사
장순휘 정치학 박사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군이 이란군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63) 장군을 폭사시키는 특수작전이 시행됐다. 솔레이마니는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계급은 소장이지만 대통령 하메네이 다음으로, 이란의 사실상 ‘권력서열 2인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중동의 친이란 무장조직을 지휘하는 책임자로서 정치권과 경제계까지 영향력이 큰 실력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은 2007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2만여 명 쿠드스군을 테러단체로 지정했었다. 이번 특수작전 시행은 미군이 며칠간 동선(動線)을 추적해온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 결심에 따른 참수작전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지난달 27일 이라크에서 미국 민간인 1명이 로켓포 피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따른 보복의 일환이며, 이란이 미국민을 공격하지 말라는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응징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솔레이마니가 추가적으로 미국 외교관과 군부대를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미확인 정보도 작용했다고 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에스퍼 국방장관의 정보보고를 받고 솔레이마니 참수작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번 작전이 ‘임기표적(Target Of Opportunity)’방식으로 수행됐으며, 임기표적이란 사전에 위치를 정해둔 ‘계획표적’이 아니라 실시간 요구되는 ‘긴급표적’으로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추적해 기습적으로 공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미국의 정보기관은 수년간 그를 추적하며 매일 매순간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특수작전에는 비밀정보원, 전자도청, 정찰기, 군사위성 등 기밀정보망이 총동원됐으며, 특히 실제 공격에는 최첨단 무인정찰기 ‘MQ-9 리퍼’ 드론이 투입됐다. 리퍼는 최대 항속거리 1천852㎞, 원격조정으로 1천㎞ 이상의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으며, 특히 접근하는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침묵의 암살자’라고 부른다. 지난 10월에 IS 수장 알바그다디를 제거할 때도 동원될 정도로 그 정밀타격 능력이 확실한 무기다. 

한편,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긴급성명을 통해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을 향해 경고했다. 이란의 군사 옵션으로는 미군을 상대로 한 테러공격 가능성이 예측되고,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방안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강력한 보복의 대보복을 고려한다면 결코 쉽게 실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솔레이마니 제거작전은 과거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도 검토됐으나 결심 못한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결심했고 성공했다는 의미에서 북한 김정은에게 주는 의미가 없지 않다. 

2017년 북미 간 일촉즉발 상황이었던 때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대북 군사옵션을 검토했었다.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로 북한이 대미 강경노선을 들고 나오자 12월 17일 브라운 태평양공군사령관을 통해 "2017년에 했던 많은 것이 있어서 우리는 꽤 빨리 먼지를 털어내고 이용할 준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군사행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김정은에게 무모한 도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고강도 경고장으로 기선을 제압했었다. 

따라서 솔레이마니 참수작전은 김정은에게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선언한 ‘새로운 길’로 정면돌파전, ICBM 발사 또는 비핵화 거부선언 등 미국에 정면도전할 경우에는 선제적 대응으로 ‘극단적 카드’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직간접적으로 전달된 측면이 있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즉흥적 · 충동적 · 예측불가적 성향면에서 작금의 대북 유화정책이 ‘화염과 분노’로 돌변할 때는 북한의 안전과 김정은의 생존은 보장될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다. 그리고 미국이 맘만 먹으면 적국의 핵심인사를 언제 어디서고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정보첩보 수집과 최첨단 정밀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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