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클래식 1기쁨
클레먼시 버턴힐 / 월북 / 1만7천800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소설을 두 편 발표한 작가이며 유명 잡지들에 전문가 칼럼을 쓰고 BBC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저자는 라디오 청취자나 가족, 친구, 주변 지인들이 말하는 ‘클래식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똑같은 고민을 듣고 자신의 보물상자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정한다.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혹은 이미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도 그 매력에 충분히 빠져들 만한 1년치 플레이리스트다.

1월 1일,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작품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책은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유니크한 리스트를 제공한다. 그가 엄선한 목록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사실이다. 1년 내내 그날의 계절감과 역사적 의미를 짚어 가며 신중히 고른 하루 한 곡을 추천한다. 작곡가의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나 해당 음악의 탄생 배경까지 경쾌하고 유쾌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바쁜 하루를 음악 한 곡이 어떻게 아름다움으로 채워 주고, 가슴에 따스한 위로를 전해주는지 알게 될 것이다.

클래식 음악의 보편화를 추구하는 저자는 무엇보다 작곡가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한다. 특정 악기나 음악사적 의미, 화음이나 조성보다 작곡가가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으로서 그 음악을 만들 당시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인간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는지 조곤조곤 설명한다. 

책에 실린 목록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성에 있다. 저자는 자타공인 불후의 명곡은 물론 숨겨진 보석 같은 곡들을 발굴해 낸다. 다소 낯선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은 물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여성 작곡가들의 음악에 주목한다. ‘멘델스존’이라면 우리는 모두 부드러운 인상의 남성 ‘펠릭스 멘델스존’을 떠올리지만 책에선 펠릭스만큼 위대했던 그의 누나 ‘파니 멘델스존’을 조명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소설가답게 매일의 소개 글 하나하나가 짧은 에세이 같다. 음악에 얽힌 작곡가들의 사연을 이해하고 음악을 들으면 귀에 찰싹 달라붙는다. 그리고 하루 종일 같은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된다. 366개 하루 분량의 음악은 하루하루 일상을 더없이 풍요롭게 하며, 그렇게 보낸 1년은 우리의 삶을 바꾼다. 그렇게 1년 후 클래식의 매력에 푹 빠진 자신을 만날지도 모른다. 

짓기와 거주하기
리처드 세넷 / 김영사 / 2만2천 원

이 책은 고대 아테네에서 21세기 상하이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도시에 대해 사유하고 제안한다. 

파리·바르셀로나·뉴욕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됐는가를 돌아보면서 제인 제이콥스, 루이스 멈포드를 비롯해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한나 아렌트 등 주요 사상가들의 생각을 살펴본다. 또 남미 콜롬비아 메데인의 뒷골목에서 뉴욕의 구글 사옥, 한국의 송도에 이르는 상징적 장소를 돌아다니며 물리적인 도시가 사람들의 일상 경험을 얼마나 풍부하게 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저자는 넓고 깊은 지식과 섬세한 통찰력을 발휘해 닫힌 도시, 즉 건축적 분리와 사회적 불평등이 서로를 강화해 주는 도시가 어떻게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살펴본다. 지어진 것(the built)과 사는 것(the lived) 사이의 균열이 도시의 팽창과 타자의 배제, 테크놀로지 등 세 가지 이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열린 도시를 제안한다. 열린 도시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받아들이며 복잡성을 다루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기후위기 같은 단기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위협과 불확실성에 맞서서도 더 잘 회복될 수 있다. 

그림책이 있는 철학 교실
카타리나 차이틀러 / 시금치 / 1만6천 원

독일에서 진행한 어린이 철학 교실의 실제 사례를 담은 책이 나왔다. 

「그림책이 있는 철학 교실」은 전 세계 어린이들이 읽는 그림책, 창작활동과 체험, 놀이를 활용해 자아·용기·행복·우정·시간·죽음·신·꿈이라는 흥미로운 삶의 주제 8가지로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교실 수업의 실제 경험과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3부에 걸쳐 주제를 선정하고 각 주제별 이론적 배경과 함께 읽을 그림책 27권을 비롯해 공작·체험 등의 활동, 대화의 예시, 수업 준비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팁이 풍성하게 수록돼 있다. 독일 유치원에서 진행했던 교안과 함께 현장 교육자들의 생생한 인터뷰도 실렸다. 

어린이에게 철학은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자세이며 살아가는 태도이자 세상을 파악하는 방법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누구나 삶에서 던져지는 크고 작은 질문에 대해 고심하며 살아간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태어나 질문으로 말과 세상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물으며 세계를 발견하고 알아나간다. 철학은 곧 질문이며 대화다.

이 책에는 어린이는 물론 교사, 부모의 대화 모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아이들에게 철학이 왜 필요하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교사와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세심하게 알려 준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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