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중고 학생들이 사교육비로 지출한 비용이 무려 20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학생 가운데 70% 이상이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교과와 예체능 학원비, 개인 및 그룹 과외비, 학습지, 통신강의 과외비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지만, 개인과외 같은 경우는 탈세해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규모가 더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교육비가 이처럼 증가한 이유는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누구나 평등한 교육을 받게 한다는 정책실패에 있다는 분석이다. 사교육비 증가가 공교육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자구수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는 학력 수준차가 심한 학생들이 뒤섞여 배우는 교실보다는 맞춤방식의 사교육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생이 80%를 넘어서 중고등학생보다 크게 높았다. 따라서 입시 과열에서 비롯되는 사교육비 대책도 중요하지만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를 줄이는게 더 시급해 보인다. 사교육 주범이 대학입시라고 생각해 왔으나 실제로는 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 규모가 더 크다는 사실도 밝혀진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정규 교과 학습과 관련된 사교육 외에 예체능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따라서 초등학교 예체능 교육을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가 함께 소화해 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사교육비 경감대책 마련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당국도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비 경감의 지름길임을 모를 일이 없다. 하나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 당국 나름의 온갖 노력에도 실패를 반복해 왔다. 수없이 많은 교육 정책을 시행하고 대입제도도 여러 방법을 동원해 봤으나 교육 소비자들의 고통만 가중시켰다. 

이제는 교육계가 스스로 되돌아 보고 반성해야 할 때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서는 매년 사교육비 조사에 그칠게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는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대입 전형 방식을 미리 확정한 뒤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고, 교육 양극화의 대물림을 끊어내야 한다. 공교육 당사자들의 냉정한 반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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