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둥지 지어주고 별자리 안부 살피고… ‘자연은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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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둥지 지어주고 별자리 안부 살피고… ‘자연은 내 친구’
가평 방일초등학교 ‘자연탐구반’
  • 박종대 기자
  • 승인 2020.01.10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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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사교육’이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는 도시 아이들에게 부러움을 살 만한 교육모델이 있어 남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회색빛 빌딩숲이 아닌 자연 속에서 전인적(全人的) 교육을 실천하는 가평 방일초등학교 ‘자연탐구반’ 학교동아리 이야기다.

도시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게임 중독에 빠져 있지만, 방일초 자연탐구반 학생은 자연과 친해지는 방법을 배운다. 사계절 텃밭을 가꾸고, 학교에 놀러 온 제비를 위한 둥지를 지어주고, 밤하늘 별자리를 관측하는 등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연의 섭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공부한다. 이를 통해 천 년의 고목처럼 굳건히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 자신을 뿌리내리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다.

가평 방일초교 ‘자연탐구반’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기고 있다.
가평 방일초교 ‘자연탐구반’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기고 있다.

# 전인적 교육을 꿈꾸다

가평군 설악면 양방가루재길 76에 세워진 방일초등학교는 전교생이 54명에 불과한 시골의 작은 학교다. 한 학년에 1개 반씩 10명 남짓한 학생이 모여 지내기 때문에 학년은 달라도 서로 다 알아서 끈끈한 우애를 자랑한다. 각자 살고 있는 동네가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하교 후 집으로 가면 친구들과 만나는 게 쉽지 않아 학교 안에 있을 때는 세상 누구보다 친하다.

학교 분위기 말고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가 있다. 학교 주변 자연환경이다.

산촌마을로 둘러싸인 이 학교는 아이들이 온전한 자연을 100%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교육 여건을 갖추고 있다. 교정 어느 곳에서나 둘러봐도 초록색 나무가 보이고, 종달새처럼 작고 예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평 방일초교 ‘자연탐구반’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기고 있다.
가평 방일초교 ‘자연탐구반’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기고 있다.

경기북부 명산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유명산을 비롯해 통방산, 중미산, 보리산 등 해발 600m 이상의 고지대 산이 폭넓은 반경으로 학교를 감싸고 있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학부모와 아이들은 이를 불편한 점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 학생들은 자연의 선물로 여기고 있다.

방일초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교내에 다양한 동아리를 두고 적극적인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교외에 사는 아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쓴다.

이 중 ‘자연탐구반’은 다른 학교에서 찾아보기 힘든 방일초만의 특색을 가장 잘 담아낸 동아리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총 8명에 불과한 동아리지만, 도시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이 경험할 수 없는 자연을 소중히 하는 교육가치를 몸으로 터득하고 있다.

자연탐구반 활동은 ▶생태 체험 ▶사계절 텃밭 가꾸기 ▶자연물을 활용한 작품 만들기 ▶자연 관련 책 읽고 시 쓰기 ▶자연관찰 및 보전 등 크게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모두 동아리 구성원인 학생들이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 안과 밖의 자연을 직접 관찰하고 체험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동아리 학생들은 자연과 생태계가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오감(五感)을 통해 배우고 있다.

가평 방일초교 ‘자연탐구반’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기고 있다.
가평 방일초교 ‘자연탐구반’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기고 있다.

# 꼬마 농부들의 사계절 텃밭 이야기

방일초는 2018년 지속가능한 배움과 삶이 있는 살아있는 교육활동 실천을 새로운 교육 약속으로 내걸었다. 자연탐구반은 그 일환으로 ‘사계절 텃밭 가꾸기 활동’을 운영했다.

봄에는 채소 모종을 심어 가꾸고, 여름에는 심은 작물을 수확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었다. 가을에는 김장 준비를 위한 채소를 심어 가꾸고, 겨울에는 한 해 농사의 마무리인 김장 체험활동을 벌였다.

이른 봄부터 방일초 교직원들은 양질의 텃밭 구성을 위해 힘을 모았다. 아이들은 4월부터 무학년제(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 구분 없이 골고루 섞인 교육 형태) 모둠을 구성해 농사계획을 세웠다.

교사와 학생, 모둠의 학생과 학생들은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며 훌륭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아이들이 키우고 싶은 작물을 정하고, 더불어 나중에 수확한 작물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요리에 대한 고민도 나눴다. 맛있고 창의적인 요리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아이들은 수일간 고민한 끝에 요리계획서를 작성했다.

가평 방일초교 ‘자연탐구반’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기고 있다.
가평 방일초교 ‘자연탐구반’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기고 있다.

이어 학교 텃밭에 나가 모둠별로 키운 수확물이 잘 자랐는지 살펴보고, 요리에 적당한 것을 수확한 뒤 보관하는 과정을 거쳤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각 모둠 담당교사에게 요청해 하나둘씩 준비물을 완벽히 갖춰 나갔다. 

이렇게 장만한 요리재료를 갖고 급식실로 모여 아이들과 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요리 경합을 펼쳤다. 모둠별로 근사한 요리가 완성되고, 각 모둠에서 가져온 요리를 한 상 차림으로 담아 시식평가도 진행했다.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우리나라 식탁에서 빠뜨릴 수 없는 김장김치도 담갔다. 아이들이 직접 심은 배추·무·갓 등 김장용 채소를 뽑아 정리해 소금물에 절인 후 양념을 버무려 김장체험활동을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힘으로 맛있게 만든 김장김치 일부를 빈 통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 저녁식사 때 가족과 함께 나눠 먹기도 했다.

# 다양한 우수 활동 사례

방일초는 경기도내 최상의 청정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적 특색을 살린 동아리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인 가평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고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다.

국립 유명산 자연휴양림과 방일초는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교사와 숲해설가를 활용해 교육과정을 분석, 학년별 수준에 맞는 내용을 지도하고 있다.

가평 방일초교 ‘자연탐구반’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기고 있다.
가평 방일초교 ‘자연탐구반’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기고 있다.

또 혁신교육지구의 별생태 체험활동인 중미산천문대 지원사업을 교내 융합지성주간과 연계해 진행했다. 학생들이 천문관측을 마친 뒤에는 유명산 자연휴양림에 마련된 숙소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캠프활동을 갖기도 했다.

혁신교육지구의 독서지원사업인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개최해 생태과학 분야에서 유명한 이희주 작가를 초청, 강연도 열었다.

특히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공모한 2019 글로브학교의 국제환경과학탐구 프로그램에 선정돼 학교에 백엽상도 설치하고 관측도구도 많이 구비해 정기적으로 자연의 모습과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 이렇게 측정된 결과를 전 세계 학생들과 공유함으로써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학생들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탐구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안팎의 자연을 직접 관찰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자연 속에서 다른 자연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과 태도를 익힌다.

‘자연탐구반’ 담당 김영진 교사는 "동아리 학생들 모두가 자신의 활동과 연구가 지구를 살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사진=<방일초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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