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내 숙박업소가 밀집한 지역 일대 전깃줄에 떼까마귀가 빼곡히 앉아 있다.  <독자 제공>
수원시내 숙박업소가 밀집한 지역 일대 전깃줄에 떼까마귀가 빼곡히 앉아 있다. <독자 제공>

"객실 창문 커튼을 여는데 밖으로 빼곡히 전깃줄을 채운 떼까마귀가 보여 소름이 돋았어요."

최근 지인을 만나기 위해 수원을 찾은 정모(37·여·부산)씨는 하루를 묵으려고 호텔에 투숙했다가 겪었던 일만 떠올리면 아직도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선다. 수원의 대표적 번화가인 ‘나혜석거리’와 ‘인계동 박스’의 이름난 맛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호텔로 돌아가던 길에 목격한 ‘떼까마귀’ 때문이었다.

호텔 건물 앞으로 설치돼 있는 고압전선에 새까만 까마귀가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빼곡히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의 한 장면처럼 느껴져서다. 영화처럼 떼까마귀가 정 씨를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보는 광경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객실에 들어와 마음을 진정시킨 정 씨는 창문 커튼을 열고 한 번 더 놀라야 했다. 호텔 창문 밖으로 방금 전 자신의 심장을 쓸어내리게 했던 검은 떼까마귀 수십 마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정 씨는 "떼까마귀가 해코지한 건 아니지만 처음 본 데다 강한 충격을 준 장면이기에 놀란 건 사실"이라며 "이제 수원을 떠올릴 땐 ‘떼까마귀’도 생각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매년 겨울철마다 수원을 찾는 떼까마귀가 고급 호텔이나 비즈니스호텔 등 숙박업소가 위치한 시내 중심가에 출몰하면서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3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정된 관광숙박업소는 37곳으로 팔달구가 25곳으로 가장 많다. 권선구 7곳, 영통구 4곳, 장안구 1곳 등이다. 일종의 ‘게스트하우스’를 일컫는 외국인 관광도시 민박업으로 등록된 업소도 12곳으로 팔달·영통구 각 5곳, 권선·장안구 각 1곳씩 운영 중이다.

문제는 수원을 찾는 떼까마귀가 상대적으로 고층 건물이 밀집한 팔달구와 영통구 대로 및 이면도로에 설치된 전신주 전선을 한 구역 내에서 적게는 수백 마리, 많게는 수천 마리씩 점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수원을 찾은 관광객이나 외국인이 투숙 시 직간접적으로 떼까마귀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취재진이 시내 주요 관광숙박업소를 둘러본 결과, 떼까마귀의 배설물이 건물 앞 인도에 지저분하게 남아 있는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저녁이나 이른 아침시간대 까마귀가 도로를 점령하면서 투숙객들이 불안을 느끼거나 차량 탑승 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까마귀와 관련된 문의사항이 접수됐지만 직접 조치할 방법이 없어 민원만 접수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떼까마귀들이 주로 머무는 한 장소에서 며칠 동안 지속적으로 퇴치활동을 벌이면 자리를 떠나는 것을 확인했다"며 "피해가 심한 지역에 까마귀들이 찾아오지 않도록 좀 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겠다"고 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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