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역구의 경계를 정하는 선거구 획정을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용인지역 선거구가 어떻게 조정될 지에 지역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선거구가 어떻게 조정되느냐에 따라 선거판세가 바뀔 가능성마저 점쳐지면서 제21대 총선 예비후보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개별 선거구를 획정하려면 국회 의견을 토대로 ‘인구 하한선 기준’과 ‘시도별 국회의원 정수’를 우선 결정해야 한다.

용인시 선거구(현행)
용인시 선거구(현행)

지난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서울 관악구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에서 4·15 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한 정당 의견을 청취했지만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와 자유한국당은 서로 이견만 확인했다.

헌법재판소가 지역구별 인구 상·하한선의 차이가 2:1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는데, 이때 기준이 되는 하한선을 정하는 것이 쟁점이다.

4+1협의체는 호남 의석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김제·부안 지역구의 인구를 하한선으로 잡자는 입장이고, 자유한국당은 이보다 1천여 명이 많은 동두천·연천 지역구를 기준으로 삼자는 입장이다. 하한선을 최대한 낮추자는 쪽과 올리려는 쪽이 맞부딪히는 형국이다.

4+1 협의체는 전북 김제·부안의 인구 13만9천470명을 인구 하한선으로 잡고, 상한은 그 2배인 27만8천940명으로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동두천·연천 인구(14만541명)를 하한선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의 입장이 관철되더라도 용인지역 선거구 조정은 불가피 하지만, 만약 4+1 협의체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용인시 갑·을·병·정선거구중 유일하게 병선거구의 인구(2019년 1월 말 기준 28만1천871명)가 상한선인 27만8천940명을 초과해 조정해야 한다. 인구는 제21대 총선 15개월 전을 기준으로 잡는다. 선거구 조정을 전제로 가능한 시나리오를 예상해 봤다.

용인시 선거구(A안)
용인시 선거구(A안)

#A안=우선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 제19대 총선 당시 용인시 기흥구 선거구에 편입됐던 상현2동(인구 3만3천301명)을 정선거구로 편입하는 것이다. 정선거구인 보정동과 연접한 풍덕천 1동이나 풍덕천2동을 편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3개 동 중 인구가 가장 적은 상현2동이 정선거구로 넘어오는 것이 상대적으로 현실적이다.

상현2동이 정선거구로 편입될 경우 이 선거구의 인구는 29만9천879명이 된다. 이  또한 인구 상한선을 초과하므로 갑선거구나 을선거구의 연쇄 조정이 불가피하다. 갑선거구인 포곡읍과 연접한 동백1동이나 동백2동을 갑선거구에 편입하거나, 아니면 을선거구인 상하동과 연접한 동백2동이나 동백3동을 을선거구에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지난해까지 1개동이던 동백동이 두 개의 선거구로 찢어지게돼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제19대 총선 당시 동백동이 용인시 처인구 선거구에 포함됐다고는 하지만 동백동을 쪼개 갑선거구에 편입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나마 주민들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을선거구로 이동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을선거구의 인구는 동백2동이 건너오면 26만2천934명, 동백3동이 넘어오면 26만3천686명이 된다. 동백동의 선거구를 나눠야 한다면 설득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택지개발지구 밖인 동백3동을 을선거구에 포함하는 것이 그나마 자연스럽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A안이 실현될 경우 병선거구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의 유불리를 따지기는 쉽지 않다. 제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김민기 후보는 상현2동에서 6천185표를, 새누리당 정찬민 후보는 6천609표를 각각 얻었다. 제7회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용찬 도의원 후보는 상현2동에서 1만113표를, 자유한국당 지미연 후보는 6천90표를 각각 획득했다. 표심은 ‘선수’와 당시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현재로선 실익을 논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정선거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입장에서는 상현2동이 편입될 경우 동백2동보다는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동백3동을 을선거구로 떠넘기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자유한국당 후보 입장에서는 동백3동보다는 동백2동이 을선거구에 편입되는 것이 이롭다.

을선거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입장에서는 동백3동보다는 동백2동이 넘어오는 것이 반갑고, 자유한국당 후보 입장에서는 동백3동이 포함되는 게 낫다. 유불리가 선거구에 따라, 소속 정당에 따라 물고 물리는 모양이다. 

용인시 선거구(B안)
용인시 선거구(B안)

#B안=A안은 동일한 생활권과 사실상 1개 동 개념으로 인식되는 행정동을 두 개의 선거구로 나눠야 한다는 불합리가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행정구역과 선거구가 불일치하는데서 잉태된 문제이긴 하지만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는 그림이다.

그렇다면 민원도 잠재우면서 최소 이동 및 연접 이동 원칙도 지키고, 게리맨더링까지 피할 수 있는 1석4조의 시나리오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현재 병선거구에 포함된 상현1·2동과 정선거구에 편입된 죽전1·2동을 2대2 맞트레이드 하는 방안이다. 상현1·2동의 인구가 죽전1·2동의 인구보다 6천41명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1·2동이라는 ‘형제’가 세트로 움직이기 때문에 생이별의 고통을 감내할 이유도 없다. 지도상 그림도 매끄럽다. 갑·을선거구를 현행대로 유지해도 된다는 이점도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병선거구 인구는 27만5천830명, 정선거구 인구는 27만2천619명으로 인구 상한선을 넘지 않는다.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여야 후보자들의 셈법은 또 다른 문제다. 전통적으로 상현1·2동은 보수성향이, 죽전 1·2동은 진보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제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우현 후보는 상현1·2동에서 1만2천829표를, 새누리당 한선교 후보는 1만5천897표를 각각 얻었다. 죽전1·2동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후보가 1만9천809표를, 새누리당 이상일 후보가 1만2천725표를 각각 획득했다.

이 결과대로라면 병선거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든든한 후원군을 얻는 셈이고, 자유한국당 후보는 핸디캡을 안고 싸워야하는 상황이다. 정선거구의 경우 병선거구에서의 여야 후보 입장이 뒤바뀐다. 하지만 이들 두 지역 모두 특정 정당에 대한 최대지지율이 60%를 넘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

지역정치권 한 인사는 "선거의 유불리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인 개념이고, (선거구 조정시) 최소이동 원칙이 객관적인 개념이라면  가장 현실적인 그림이 어떤 것인 지는 명백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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