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이성산성이 백제가 초축한 ‘백제산성’으로 밝혀졌다.

심정보 한밭대학교 명예교수에 따르면 2017년 한양대학교박물관이 진행한 하남 이성산성 서문지에 대한 발굴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성산성은 4세기께 백제 근초고왕이 일시적으로 천도했던 한성(漢城)이며, 고구려 광개토왕과 장수왕이 백제의 국성(國城)이었던 이성산성을 함락시키고 고구려식으로 재건축해 사용했다. 마지막으로는 552년 신라의 진흥왕에게 점령돼 신라식으로 개축한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심 교수는 특히 이성산성이 한성백제시기에 축성한 것으로 알려진 양천고성, 설봉산성, 설성산성 등과 유사점을 보이고 있고, 이성산성 서문지 개구부 1차 문지와 2차 성벽의 평면 형태가 고구려의 환도산성과 비슷한 구조를 보여 백제에서 처음 만들어 사용하다 고구려 남침 후 2차 성벽을 개축해 사용한 것으로 주장했다. 

또한 하남 이성산성은 남문 저수지에서 한성백제시기 토기편이 출토되고, 그 상부에서 고구려 유물과 신라·통일신라 토기들이 출토되고 있어 결론적으로 백제가 초축한 ‘백제산성’이라고 단언했다. 

한강유역에 위치하는 삼국시대 산성 가운데 최대 규모인 하남 이성산성(사적 제422호)은 지정학적 위치상 백제 도성을 방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백제산성이라는 의견과 신라가 한강유역을 차지하면서 구축한 신라성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왔다. 

1989년 고고학 조사가 시작된 이래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누가 만들고 운영했는지에 대해 학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계속됐다. 이번 심정보 교수의 논문이 이러한 이성산성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가고 있다. 

심정보 교수의 논문은 하남역사박물관이 펴낸 「하남 역사 총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남 역사 총서」에는 심 교수의 논문 외에도 2018년 한국성곽학회에서 실시한 이성산성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전문학자들의 논문 7편이 수록돼 있어 이성산성에 대한 다양한 학술적 의견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남=이홍재 기자 hjl@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