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을 폐쇄한 사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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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을 폐쇄한 사람 외
  • 홍봄 기자
  • 승인 2020.01.16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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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을 폐쇄한 사람
존 풋 / 문학동네 / 2만5천 원 

문명사회에서 정신병원의 역할은 ‘미친’ 사람들을 가둬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정신병원의 일차적 기능은 ‘치료’가 아니라 ‘구금’이었다. 하지만 격리와 감금은 정신질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켰다.

 이 책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파도바대학교에서 정신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바잘리아가 정신병원을 개혁하고, 나아가 이탈리아의 모든 정신병원(정신질환자 보호소)을 폐쇄하게 한 ‘바잘리아 법’으로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바잘리아식 정신보건 혁명의 핵심은 정신질환자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 돌려보내 사회공동체 안에서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바질리아 법은 정신질환자를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했으며 이들에게 정당한 권리인 투표권, 자신의 치료에 대한 통제권, 바깥세상에서 살 권리를 돌려줬다. 이때 지역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정신보건센터 같은 곳이 정신질환자 돌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바잘리아 식 개혁 조치는 모든 보건서비스에 전면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정신병원의 대안으로 뿌리내린 여러 제도, 즉 공공주택, 보조금, 협동조합, 정신보건센터, 시 병원 안의 응급센터 등은 세계 각국의 정신보건 정책에 반영됐다. 이러한 지원시설과 기관 네트워크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 안에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 책은 극단적인 일부 사례를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뿌리 깊게 존재하지만 실상 범죄 통계를 보면 정신질환자보다 비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 준다. 

 한국사회에서도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는 대단히 낮은 형편이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은 급증하고 있지만,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다루는 선정적인 언론 보도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혐오를 키우는 일도 빈번하고, 정신병원 강제 입원이나 환자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1960~1970년대 이탈리아의 정신보건 혁명은 우리가 당장 직면한 현실이고 미래의 청사진이 될 수 있다. 정신질환은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길 수 없는 사회적 질환으로서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임을 보여 주는 바잘리아의 개혁 과정은 지금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신을 찾아서
정호승 / 창비 / 9천 원

사랑과 고통을 노래하며 삶을 위로하고 인생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시편들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 서정시인 정호승의 신작 시집이 출간됐다.

정호승 시인은 이 시집을 "불가해한 인간과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 즉 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쓰인 시집"이라고 설명한다. 

인생의 의미와 가치, 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탐구해 온 시인은 삶의 고통과 슬픔을 사랑과 용서와 화해로 승화시킨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깊이 간직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갈망해 온 그의 시선은 늘 인생을 잃고 쓰러진 연약한 존재들에게 머물며 삶의 그늘진 구석을 응시한다.

표제시 ‘당신을 찾아서’에서는 생드니 성인이 참수당한 자신의 머리를 두 손에 들고 걸어간 고통을 그렸고, ‘마지막을 위하여’에서는 현실 속에서는 우리가 누구를 용서하지 못해도 시를 통해서는 용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시인의 열세 번째 시집인 이 책에는 모두 125편의 시를 각 부에 25편씩 5부로 나눠 실었으며, 이 중 100여 편이 미발표 신작 시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 다산초당 / 1만6천 원

왠지 자꾸만 마음이 쓸쓸하고 허무할 때가 있다.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피곤하기만 하다. 분명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데 행복하지 않다. 만약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다면 당신은 바쁘게 흘러가는 세상의 속도에 지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이자 매주 150만 명의 독자에게 좋은 글귀를 전하는 전승환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문장’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 문장을 만나면 마치 깊은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깜짝 놀라게 된다. 그리고 꽁꽁 감춰 뒀던 자신의 진짜 마음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이 책은 많은 이에게 진솔한 공감과 위로를 줬던 문장들을 저자의 다양한 경험담과 함께 녹여 낸 인문 에세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130여 편 ‘인생의 문장들’의 분야는 무척 폭넓다. 동서양 고전과 철학, 역사는 물론 시,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려 뽑은 문장들이 담겨 있다. 

책에 담긴 문장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과 위로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지막 책장을 덮을 즈음엔 잃어버렸던 온기를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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