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 논란을 빚어온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개시 결정이 지난 14일 내려졌다. 영구미제사건으로 우리 뇌리에서 사라질 뻔했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10건 중 유일하게 8차 사건 범인으로 25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3)씨에 대한 억울한 누명이 벗겨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이날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청구인인 윤모(53) 씨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심을 열기로 결정했다. 재심 요건이 까다로워 법원이 재심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이춘재의 자백을 비롯한 여러 증거가 확보되면서 이례적으로 신속한 재심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특히 과거사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서 재심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 볼 수 있다. 재심 개시는 과거 수사기관의 수사는 물론 법원 판결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또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 프로파일러의 집요한 설득을 통해 모방범죄로 알려진 8차 사건에 대해 이춘재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입을 연 것이 재심 개시에 결정적이었다.

수사본부가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수사에 들어가면서 신속하게 새로운 증거를 내놓으면서 8차 사건 진범으로 옥살이를 한 윤 씨의 누명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어 재심 결과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이번 사건이 이례적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진범의 진술이 확보되고, 그 과정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만한 자료가 구체적으로 나온 것도 재심 이유로 볼 수 있다. 과거 경찰이 공공연하게 수사관행처럼 여겨왔던 불법체포·감금 및 구타·가혹행위에 대한 문제도 이번 8차 사건 재심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가혹행위 등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통해 경찰은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구속한 것을 당시 검찰과 법원도 사회적 이슈라는 이유로 구속에 한몫을 한 것에 이제라도 반성해야 한다. 재심 개시 결정으로 8차 진범이 속시원히 드러나게 됐기 때문이다.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 우리 속담처럼 이번 재심으로 수사기관의 불법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이번 재심 결정은 경찰과 검찰, 법원이 하나가 돼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벗겨주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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