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경기가 산불 영향으로 이틀 연속 차질을 빚었다. 1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예선 이틀째 경기는 현지시간으로 오전 10시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산불로 인한 공기상태 악화로 경기 시작이 오후 1시로 미뤄졌다.

예선 첫날인 14일에도 산불로 인한 스모그 현상 때문에 경기 시작 시간이 오전 11시로 1시간 늦춰진 바 있다. 14일 예선 일정이 늦춰지기는 했지만 선수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달리야 야쿠포비치(슬로베니아)는 여자단식 1세트를 따냈지만 호흡 곤란을 이유로 2세트 도중 기권했고, 버나드 토믹(호주)은 남자단식 1회전 경기 패배 후 호흡 관련 의료 조치를 받아야 했다. 이벤트 대회인 쿠용 클래식에 출전한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도 2세트 도중 경기를 중단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 ‘청각장애 3급’ 이덕희(22·서울시청)가 경기 도중 근육 경련을 이겨내고 남자단식 예선 2회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덕희는 15일 예선 1회전에서 3시간 4분간의 대접전 끝에 알레산드로 지안네시(145위·이탈리아)를 2-1(2-6 7-5 7-6<10-7>)로 꺾었다.

이덕희는 3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0-4로 끌려갈 때 오른쪽 허벅지 근육 경련까지 생겨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러 응급처치를 한 뒤 4-7에서 연달아 6포인트를 따내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이덕희는 지난해 8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윈스턴세일럼 오픈에서 청각 장애 선수 최초로 투어 단식 본선 승리를 따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단식 동메달로 2006년 이형택의 도하 대회 은메달 이후 한국 선수로는 12년 만에 시상대에 오르기도 했다.

메이저 대회 본선에 오른 바 없는 이덕희는 2016년부터 5년 연속 호주오픈 예선에 도전하고 있다. 예선 3연승을 해야 본선에 나갈 수 있지만, 2017·2018년 3회전까지 오르고도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이덕희는 호주오픈을 앞두고 13일 호주 유력지인 디 오스트레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신문은 ‘이덕희, 들리지 않는 것에 지지 않기로 마음먹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청각 장애의 어려움에도 끊임없이 세계의 벽에 도전하는 그를 조명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 이번 대회 본선에 진출해 있는 권순우(83위·CJ 후원), 손바닥 건염으로 불참한 정현(126위·제네시스 후원)에 이어 세계랭킹이 세 번째로 높은 이덕희는 16일 캉탱 알리스(215위·프랑스)와 예선 2회전을 치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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