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자존감(自尊感)은 스스로를 귀한 존재로 여기는 느낌입니다. 이런 느낌은 어떤 일을 하든 즐겁게 그리고 당당하게 해나가게 만듭니다. 자신이 귀한 존재인 만큼 타인의 존재 역시 귀하게 바라봅니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끼리는 다툼이 적습니다.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때의 ‘자존감’은 우리가 흔히 "자존심이 상했다"라고 말할 때의 ‘자존심’과는 다릅니다. 내가 나를 귀하게 바라보는 자존감과 달리, 자존심은 ‘너’가 ‘나’를 인정해줄 때 충족되는 감정입니다. 

그러므로 자존감은 타인의 시선과 무관하게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뿌리가 되어주지만, 자존심은 항상 타인의 시선에 따라 자신의 감정이 결정되기 때문에 감정의 노예가 돼 불행한 삶을 살기 쉽습니다. 노력 없이도 불쑥불쑥 올라오는 감정이 자존심이라면, 자존감은 스스로가 찾으려고 노력해야만 발견되는 ‘귀한’ 감정입니다. 따라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자존심이 지배하던 삶을 자존감이 충만한 삶으로 바꾸어야만 합니다. 자존감이 충만한 삶으로 바뀌는 데에는 계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계기 중 하나가 바로 타인의 ‘격려’입니다.

치우칭지엔과 황쉬에리가 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지혜 이야기」에 불행한 삶을 살던 한 소년의 삶이 소개돼 있습니다.

뉴욕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자란 흑인 소년 로저 롤스는 늘 싸우고 욕하고 무단결석을 하는 등 문제아였습니다. 새 학기가 되자 ‘폴’이란 교사가 부임해 왔는데, 그는 부임하기 전부터 이 학교와 학생들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거칠고 예의 없는 아이들을 포기한 다른 교사들과는 달리 폴은 아이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바꾸어 놓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미신에 집착하고 있음을 알게 된 폴은, 자신이 손금을 볼 줄 안다며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손금을 보면 그 사람의 미래를 알 수 있단다. 오늘은 내가 너희들의 손금을 봐주마."

그리고 학생들에게 다가가 말해주었습니다.

"피터야, 넌 커서 기업가가 되겠구나. 크게 성공할 거야. 축하해, 피터." 이 말을 들은 피터는 흥분한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얘들아, 내가 기업가로 성공할 거래. 너희들도 어서 빨리 봐 달라고 해"라고 자랑합니다. 폴에게 손금을 본 아이들은 하나같이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폴 선생님이 모두에게 훗날 백만장자나 높은 지위에 오를 거라고 예언했으니까요. 맨 마지막으로 로저 롤스의 차례가 됐습니다. 로저는 내심 선생님의 입에서 불길한 말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려서부터 단 한 명도 자신을 좋아해 준 사람이 없었고, 앞으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일러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폴 선생님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너, 정말 굉장하구나. 넌 커서 뉴욕주지사가 될 운명이란다."

백인들만이 될 수 있는 주지사에 자신이 될 거라니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로저에게 폴 선생님은 다시 말을 이어갔습니다. 자신이 봐준 손금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고 말입니다. 로저는 감격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로저의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완전히 다른 아이로 바뀌어 간 겁니다. 로저는 자신을 이미 뉴욕주지사라고 생각하고, 주지사라면 마땅히 훌륭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51세에 뉴욕주의 53대 주지사이자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주지사로 로저 롤스가 부활했습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존심을 앞세운 싸움으로 일관하던 로저가, 자신이 주지사가 될 만큼 귀한 존재임을 깨달은 자존감으로의 변화! 이 변화의 계기는 폴 선생님의 격려였습니다. 자존감을 찾으면 이렇게 한 사람의 운명까지도 바뀌는 겁니다. 

곧 명절이 다가옵니다. 한동안 보지 못하고 그리움만 갖고 살았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겠지요. 고향을 찾은 젊은이들에게, 고향에서 만난 어르신들에게 우리도 폴 선생님처럼 ‘격려’의 말씀들을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하신 격려의 말씀은 그들이 자존감으로 충만한 삶, 그래서 행복한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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