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마을 만들기 앞장서니 고되던 한국살이에 온기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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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마을 만들기 앞장서니 고되던 한국살이에 온기 가득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순찰대 함박마을 자체방범 역할 맡아
마을 주변 돌고 생활질서 공유 범죄율 70% 감소 등 성과 빛나
  • 김유리 기자
  • 승인 2020.01.17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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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연수구 함박마을에 거주하는 고려인 주민들로 구성된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순찰대와 연수경찰서가 합동 순찰을 하고 있다.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인천시 연수구 함박마을에 거주하는 고려인 주민들로 구성된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순찰대와 연수경찰서가 합동 순찰을 하고 있다.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인천시 연수구 함박마을에서 지역주민과 고려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함박마을에 고려인들이 모여 정착하기 시작한 건 약 5년 전이다. 인근에 산단과 일자리가 많고 저렴한 집값은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이렇게 늘어난 고려인 수는 현재 6천여 명이다. 이는 함박마을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숫자다.

고려인들이 함박마을에 자리잡기 시작한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주민들 사이에 녹아들기는 어려웠다. 고려인과 주민들 간 갈등은 주로 문화 차이에서 비롯됐다.

정착 초기에는 한국의 분리배출 체계를 미처 숙지하지 못한 고려인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투기하는 일이 잦았다.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싶어도 한국어가 서툰 고려인들은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아 좀처럼 갈등을 해소할 기회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과거 함박마을은 자율방범대와 기동순찰대가 특별관리를 해야 할 만큼 범죄취약지역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폭이 1∼2m 남짓한 좁은 골목길과 다가구·원룸주택이 많은 동네 특성상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사람이 대부분인 탓이었다. 흉흉한 동네 분위기까지 겹치니 이웃 주민들 사이 불신과 마음의 벽은 더욱 높아만 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17년 6월 인천시 최초의 외국인 자체 방범단체인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순찰대’가 등장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마을을 돌려주고 싶고,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마을에 기여하고 싶은 고려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순찰활동에 나선 것이다.

20여 명으로 구성된 순찰대는 생업을 마친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모여 10시까지 마을 주변을 돌며 순찰활동을 한다. 간간이 아이들도 참여해 마을을 청소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한국어가 서툴러서 곤란한 상황에 빠진 고려인에게 통역도 해 주고, 한국문화와 생활질서를 공유하는 등 지역 내 고려인 인식 개선활동도 함께 전개했다.

비록 치안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설 힘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을에 변화가 찾아왔다. 함박마을 주민들의 고충과 고려인들의 자발적인 방범활동들이 외부에 알려지자 구청에서 컴컴한 골목에 가로등을 설치했다.

연수경찰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안심귀가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와 고려인 주민들의 이러한 노력은 함박마을의 범죄율을 약 70%나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박봉수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장은 "순찰대 활동을 하는 고려인들은 특별한 이득도 없이 지역 공동체에 소속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서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순찰대 활동을 전개하면서 고려인들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안정적으로 한국에 정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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