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장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에 대한 유희석 의료원장의 폭언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교수는 15일 일부 언론사들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본원 측이 편법을 써가며 외상환자 진료를 가로막고, 자신에 대해 인신공격을 해왔다고 토로했다. 병원 관계자들도 ‘병상 및 의료인력 지원, 닥터헬기 소음 및 안전’과 관련된 입장차로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었다고 전한다. 한편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회는 16일 유 원장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병원 평판이 높아진 데는 전직원의 노력과 이 교수의 기여도가 크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데, 유 원장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그 평판이 순식간에 추락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파문이 확산되자 정부도 국가 지원이 이뤄지는 권역외상센터의 손익현황을 따져보기로 했다. 중증외상센터는 응급의료센터의 상위개념으로 교통사고나 추락, 익사, 총상, 자상, 화상 등 치명적 외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여기서 외상치료 핵심은 (외상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 중)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돼,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은 10% 내외라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이 비율이 2015년 30.5%에서 2017년 19.9%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권역외상센터의 존재 때문이다. 특히 아주대병원은 2019년도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9%로 A등급을 받았다. 문제는 진료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고, 위험부담 및 고강도 근무로 전문인력 유인마저 한계에 봉착한 ‘중증의료센터의 구조적 결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다. 

지난 2년간 ‘보장성 강화, 비급여의 급여화, 낮은 수가 고수’ 등으로 대표되는 문케어의 급진적 추진으로 건강보험 기금은 고갈되고, 많은 병원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선심성 의료정책을 줄이든가, 현금성 복지로 가득한 정부 예산을 조금만 아낀다면 전국의 권역외상센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중증외상치료는 의료인 개개인의 사명감이나 병원의 재정 부담에만 의지해선 안 될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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