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제물포고 교감

인간에게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지식, 정보는 배움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그래서 현대는 ‘평생교육’을 강조하는 시대이다. 자고로 우리 사회는 옛날부터 입신양명하여 직위를 얻지 못하면 평생 배우는 ‘학생’이란 신분을 죽어서까지 유지했다. 그래서 고인(故人)에 대한 제사상 앞에는 그의 평생 직업인 학생을 기리는 ‘현고(顯考)학생(學生)부군(府君) ○○○ 신위(神位)’라 지방(紙榜)을 써 붙이는 것도 전통적인 유교사상을 이어가는 우리의 문화라 볼 수 있다. 그만큼 배움과 인간의 삶은 불가분의 관계로 이어진다. 

얼마 전에 베스트셀러 김훈 작가와 장석복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은 IBS 과학문화센터 강당에서 대담을 펼쳤다. 이는 IBS 과학문화센터 개관 기념의 일환으로 이뤄진 좌담 행사였다. 김훈 작가는 지금까지도 연필과 지우개만으로 집필 활동을 이어가는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독특한 문체로 책을 쓰며 「칼의 노래」, 「남한산성」과 같은 굵직한 작품을 내놓았다. 장석복 단장은 작년 7월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은 대한민국 대표 과학자다. 이들은 각자의 세계관을 참석한 청중과 공유했다. 그 가운데 한 청중이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고, 가치 실현을 위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물었다. 

김훈 작가는 죽음을 인지하고, 늘 보던 세상을 새롭게 보는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석복 단장도 "톨스토이라는 작가는 어떻게 살 거냐는 질문에 ‘죽음을 기억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죽음을 기억한다는 건 삶에 대한 소중함과 오늘 살아 있다는 것에 실존적인 감사를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좌담의 핵심으로 김 작가와 장 단장은 이구동성으로 창의와 배움은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단장은 "과학자로 길을 걸으며 중요했던 계기는 좋은 사람을 만났던 것"이라며 "사람으로부터 인간적인 배움도 얻었지만, 학문적으로 ‘저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운이 따르고 지금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도 공감했다. 김 작가는 "사람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책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제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지만 한 번도 자랑으로 여긴 적이 없다. 책에 어떤 길이 있는 건 아니다. 책을 읽지 말라는 게 아니고, 그것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책이 아니라 사람, 사물, 사건을 통해 우리는 더 큰 살아있는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천 년을 거슬러 일찍이 공자는 "친구가 있어 멀리서 오면 얼마나 기쁜가(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라고 말했다. 이는 바로 친구가 왔을 때 기쁨을 아는 인간이 되라는 가르침이다. 인간을 통해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또 다른 교육의 강조 사항이다. 공자가 주장했던 면학은 책보고 공부하라는 게 아니었다. 마음을 바로잡아 인간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책을 통한 공부보다 사람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친 것이었다. 

이와 같이 문학, 과학계의 두 거장이 밝힌 것이나 2천500년 전 인류의 스승 공자가 가르친 것이나 모두 인간의 관계를 통한 진정한 배움이 공부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교육을 하고 있는가? 교과서를 외워 암기한 것을 오지선다형으로 정답을 고르는 교육, 학교 밖 사회와 단절된 채 학교 공간에만 머물러 있는 교육이 정말 적합한 교육인지를 돌아볼 때다. 사람에게서 살아있는 배움을 얻고,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며 일상의 역경을 극복하는 역량 강화 교육이 이 시대와 미래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교육임을 자각하고 이를 실천하는 정책과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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