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동네 둘레길’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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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동네 둘레길’ 놀러 오세요
‘우동둘’ 꿈의학교 [完]
  • 박종현 기자
  • 승인 2020.01.20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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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동네를 거닐며 고촌의 자랑스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게되길 바랍니다."

최근 김포시 고촌읍의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둘레길’을 직접 만드는 ‘우동둘(우리동네 둘레길 만들기)’ 꿈의학교가 주목받고 있다.

둘레길을 만들기 위해 모인 초·중학생들은 직접 맨손으로 잡초를 뽑아 둘레길을 만들고, 안내판을 박는다. 이어 새로 만들어진 길에 이름을 짓고, 직접 수차례 걸어 길의 흔적을 만든다.

특히 학생들은 3·1운동 유적지와 향토유적지를 포함하는 둘레길을 만들어 고촌의 역사를 널리 알리고 있다. 고촌의 특색을 살리고자 하는 학생들의 이러한 행보에 동네 어른들도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동둘 학생들이 둘레길에 설치할 표지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우동둘 학생들이 둘레길에 설치할 표지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지역사를 알리는 둘레길

우동둘은 지난 2018년부터 허신영(62) 교장의 주도 하에 12명의 초·중학생들을 데리고 개교한 ‘찾아가는 꿈의학교’다. 원활한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촌읍에 사는 학생들을 주로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교육청의 운영 계획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40명의 학생을 모집할 정도로 활발히 운영됐다.

지원금도 개교 당시 500만 원에서 크게 늘어난 2천만 원을 받고 있다. 모집된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허 교장의 지도에 따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동둘 학생들은 고촌읍의 외진 곳을 찾아 3·1운동 유적지인 당산미(현재 행정지명 옥녀봉), 향토유적인 김문취 묘갈, 남원윤씨 오룡골 유적지 등을 아우르는 둘레길을 만들고 있다. 이에 지난해까지 만들어진 둘레길 코스는 총 3가지다.

1코스 ‘당산미’의 경우 신곡사거리에서 출발해 당산미 산기슭을 지나 최종적으로 고촌성당까지 이어지는 약 90분 거리의 둘레길이다. 주로 당산미를 직접 걸어다니며 지도와 표지판을 만들었다. 

당산미는 지난 1919년 3월 24·25일 고촌읍 주민 50여 명이 횃불을 들고 독립만세 시위를 했던 곳이다. 서울에서 이어진 3·1운동의 역사적 유적지인 셈이다.

2코스 ‘대보천 뚝방길’ 역시 신곡사거리에서 시작해 김포아라여객터미널을 지나 다시 신곡사거리로 향하는 약 120분 거리의 둘레길이다. 서부간선수로를 따라 만들어진 길이 굉장히 외진 곳에 있어 이용인원이 적자, 이를 외부인들과 주민들의 눈에 띄게 하고자 만들었다. 

우동둘 학생들이 만든 둘레길 안내판.
우동둘 학생들이 만든 둘레길 안내판.

학생들은 대보천 뚝방길을 만들며 비가 오면 길 일부가 침수되는 문제점을 발견해 시청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으며, 보다 주변 풍경을 잘 감상할 수 있는 길을 지정해 둘레길로 표기했다.

3코스는 보름산미술관 및 김포시 향토유적 제11호인 남원윤씨 오룡골, 16호인 김문취 묘갈을 지나는 60분 거리의 ‘보름산 묘갈길’이다. 보름산 묘갈길은 고촌읍의 숨겨진 명소들인 향토유적을 소개하기 위해 계획됐다.

이외에도 우동들은 김포시 청소년 육성재단의 진로진학페스티벌 등에서 둘레길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사진전을 개최하는 등 문화행사도 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8월 12∼15일 나흘간 경상남도 남해 엥강길에서부터 전라남도 순천과 강진, 해남까지 학생들의 체력 상황에 맞춰 하루 2만보 가량을 걷는 ‘국토대장정’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특히 백두산까지 잇는 길을 만들기 위한 체험학습인 만큼 내년부터는 해남에서 이어나가, 수년을 거쳐 최종적으로 철책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어나갈 계획이다.

허 교장은 "주변에서는 어른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작업을 한다며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고촌읍 아이들이 자신이 사는 곳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겨 자존감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동네를 바꾸는 꿈의학교

우동둘이 개교 1년만에 이렇게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역 사회에 미치고 있는 영향들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실제 우동둘이 처음 당산미를 찾았을 때는 옥녀봉이라는 표지판 말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잊혀져 있는 상태였다.

이에 학생들은 당산미의 본래 이름을 찾기 위해 한여름에도 수차례 산을 오르내리며 ‘당산미’라는 이름의 둘레길을 만들었다.

평소 주민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 길이었던 만큼 학생들이 직접 삽을 들거나 손으로 잡초 등을 뽑아 만들었으며, 길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도록 나뭇가지를 살짝 꺾어놓는 등 사람의 흔적을 만들며 걸어다녔다.

당산미 둘레길 입구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는 학생들.
당산미 둘레길 입구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는 학생들.

둘레길 입구에는 ‘당산미 3·1운동 유적지’라는 내용의 현판을 설치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코스의 거리를 직접 측정해 표지판에 적었다.

각 코스의 특색있는 길에는 ‘솔향기길’, ‘미나리마을’, ‘안심이고개’ 등의 다양한 이름을 지어넣었다.

그러나 김포시에서는 우동둘이 설치했던 안내판과 표지판 설치를 막아섰다. 현행법상 행정기관 말고는 산 아래 표지판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한 학생들은 직접 시청을 찾아갔고, 시청 담당자들을 설득한 끝에 사후 관리를 하겠다는 약속으로 시의 허가를 받아냈다.

현재 김포시에서는 옥녀봉으로 돼 있는 행정지명을 당산미로 바꾸는 지명위원회가 열린 상태다.

허 교장은 "아마 김포공항이 들어서면서 옥녀봉이 사라지자 당산미에 그 이름이 덮어씌워지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이곳에 오래 살던 노인들은 이미 당산미임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며 "언젠가 당산미가 본래 이름을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허 교장은 고촌읍에 집성촌을 두고 있는 강릉김씨, 남원윤씨 등 5개 성씨 관계자들과 함께 좀 더 많은 외부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도 갖고 있다.

우동둘의 활동으로 인해 당산미가 재조명 받고 옛날 서울로 가는 마지막 나룻터였던 영사정과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백마도, 김포시 향토유적을 이어주는 둘레길을 만들면서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차장소 제공이나 식사, 지역 해설사 모집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마을기업’을 만들기 위해 각 성씨 종친회의 협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지민(14·고촌중)양은 "내년에도 물론 우동둘에 입학해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며 "입학하기 전보다 역사에 대해 훨씬 많이 관심을 갖게 됐고, 앞으로는 잊혀져 있던 당산미처럼 우리 동네 고촌읍의 숨겨진 역사를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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